국제경기 침체·과잉 생산·보호무역 3중고로 고사 직면
선도형 철강소재 개발·시장 개척 등 정책적 지원 절실

한국 산업의 동맥인 철강산업이 국제금융위기 이후 좀처럼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는 세계 경제와 철강 과잉 생산, 날로 높아가는 보호무역장벽으로 휘청거린다.

철강은 한국 모든 기초소재의 40%를 차지할 만큼 한국산업 발전의 기초를 이뤄왔으며, 특히 한국 수출의 핵심산업인 건설·자동차·조선·전자산업의 수출경쟁력 확보에 절대적으로 기여해 왔다.

그러나 지난 2008년 세계에 휘몰아친 국제금융위기로 인해 철강시장도 요동을 쳤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급속도로 침체된 이후 10년째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면서 기초 소재산업인 철강부문이 철퇴를 맞았다.

경기 침체로 선박 발주가 급감하기 시작하면서 선가가 반토막 났으며, 국내 경기도 급락하면서 자동차·건설 등 여타 수요산업마저 최악의 상황으로 떨어졌다.

특히 세계 철강 생산 및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의 내수시장이 축소되면서 수출물량이 늘어나 세계적인 철강 과잉공급사태까지 빚어지자 결국은 무역전쟁으로 이어지게 됐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동안 특정품목에 대해서만 관세 폭탄을 터뜨리던 기조에서 벗어나 올 들어 무역확장법 232조를 가동시켜 본격적인 보호무역장벽을 쳤다.

이 여파는 한국의 주력시장인 미국은 물론 동남아·유럽으로까지 번져나갔고, 미-중·미-EU 간 무역분쟁사태까지 확산될 우려를 보이면서 설상가상이 됐다.

이런 가운데 한국철강 산업이 또 다른 도전까지 받게 됐다.

중국 등 신흥 철강산업국들의 무차별적인 해외시장 개척으로 인해 한국 철강산업은 선진 철강국들과의 기술경쟁, 신흥철강국들과의 가격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철강 최대 수요산업인 조선업 역시 과거 물량 위주의 수주에서 고부가가치 위주로 전황되면서 2000년대 초반까지와 같은 거대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결국 한국 철강산업은 세계적인 철강시장 변화에 따른 도전을 이겨내야 하는 전환점에 서게 된 것이다.

실제 포항철강산업단지 산업동향만 살펴봐도 철강산업 현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포스코의 경우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60조, 별도기준 매출 28조에 영업이익 2조9025억원을 기록하며 최근 3년래 최고 성과를 거뒀지만 포스코를 제외한 포항철강산업단지 생산·매출·고용은 그야말로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지난 2012년 17조7000억원에 이르던 생산액은 지난 2016년 11조6674억원으로 떨어졌으며, 수출 역시 지난 2014년 43억9916만달러에서 2016년 26억1187달러로 40%가량 빠졌다.

생산과 수출이 급감하면서 종업원 수도 지난 2011년 4월 1만6632명에서 지난해 말 1만4502명으로 무려 2100명이나 줄어들었다.

특히 올 들어 무역확장법 232조에 직격탄을 맞은 넥스틸은 아예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으며, 4단지의 경우 전체 91개 업체 중 무려 23개 업체가 문을 닫거나 휴업에 들어갔다.

철강공단업계 관계자들은 “당장 올해도 문제지만 내년에는 이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 올 것이라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어 철강산업에 대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하지만 장치산업인 철강산업 특성상 단기적인 전략만으로는 이에 대응하기가 만만찮다.

포스코의 경우 일찌감치 고부부가가치화에 주력하면서 기가스틸·고망간강·자동차강판 등으로의 전환에 나서 현재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 고부가가치제품을 전환시켜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중소철강사들은 그만한 여력을 갖기 힘들다.

따라서 한국 철강산업이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업체 스스로 노력도 요구되지만 정부 차원의 정책적인 지원과 대응방안 모색이 절실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 같은 철강산업 현실을 일찌감치 파악해 지난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포항 철강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지원’을 지역 공약 내세웠으며, 취임 이후 산업통상자원부와 경북도가 주축이 돼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이 강화방안에는 우선 철강제품과 관련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및 고부가 철강재·경량소재 조기개발을 위한 핵심기술개발·철강전문인력 양성 및 활용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또 설비분야에서는 친환경 제철공법 개발 및 스마트제철소 구축, 철강 신시장 개척 방안이 제시됐다.

특히 세계적인 보호무역장벽에 대한 선제적 통상분재 대응 및 안전한 철강재 유통을 위한 정부와 철강기업 간 공동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기본 방침을 세웠다.

산업부와 경북도 등은 이와 관련 그동안 지속적인 대안 모색에 나섰지만 문 대통령 취임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이로 인해 한국철강산업은 일찌감치 세계 시장 변화에 대처해 온 포스코를 제외하고는 저가공세로 세계시장 확대에 나선 중국과 자국 산업보호를 위해 더욱 높은 장벽을 쌓고 있는 미국 등의 벽에 막혀 자칫 고사위기로 내몰릴 수 있는 상황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따라서 한국 산업의 토대나 다름없는 철강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범정부적인 지원과 정책대안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정치, 경제, 스포츠 데스크 입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