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경찰서…8명 구속·20명 불구속 입건

대구 수성경찰서
노숙자 명의로 각종 대출을 받아 무려 36억 원의 돈을 챙긴 일당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작업대출사기단 2개 조직을 적발해 노숙자 공급책 A씨(47)와 각 조직 총책 B씨(38), C씨(47) 등 8명을 구속하고 범행 가담 정도가 낮은 20명은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5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노숙자와 지인 29명의 명의를 빌려 36억8000만 원 상당의 대출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범행 기간 서울역과 청량리역 등 노숙자가 많이 모이는 곳을 찾아 ‘숙식과 용돈을 지급하겠다’고 유혹해 합숙을 시키면서 관리했다.

이어 각 사기조직 총책 B씨와 C씨에게 노숙자 명의를 제공했고 이들은 노숙자 관리책과 대출실행책으로 조직 내 역할을 분담해 대출 사기를 벌였다.

총책 B씨는 노숙자 명의로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다른 노숙자를 직원으로 등록했다. 대출금액을 올리기 위해 신용 등급을 높이는 과정이었다.

이 같은 수법으로 3개월에서 2년 동안 신용등급을 올렸고 사업자 신용대출, 중고차 구매 신용대출 등을 받았다.

또한 어선으로서 기능을 상실한 배를 500만 원에 구매하고 다른 노숙자 명의로 사고파는 과정을 거치면서 금액을 높였다. 이후 2억8000만 원의 허위 계약서를 최종적으로 작성해 대출을 받는 등 제1·2금융권으로부터 총 16억 원 상당 대출금을 가로챘다.

다른 총책 C씨도 같은 수법으로 부동산 담보대출, 전세자금 대출, 중고차 구매 신용대출을 받아 20억 원을 챙겼다.

이들은 정부지원자금을 재원으로 하는 대출상품 신청 시 금융기관에서 대출신청자의 주거지나 사업장 존재, 재직 여부 등에 대한 현장조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위조한 서류만으로 대출을 받았다.

이 밖에 보험회사가 보험 판매 수수료 700∼1300%를 지급하는 점을 노리고 보험설계사와 모의해 노숙자 명의로 종신보험에 가입하는 등 1700만 원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도주한 범행 관련 조직원 등 17명에 대해서는 지명수배를 내리고 추적에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김기정 수성서 수사과장은 “이번 대출 사기와 관련된 17명은 지명수배를 내린 상태로 추가 피해를 막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예정이다”며 “생활정보지나 인터넷 카페 등을 살펴보면서 불법 대출에 대한 첩보수집과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숙자 관리를 위한 사회보호시스템 도입과 유령 사업자 발생을 막기 위한 사업자 등록 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고, 정부지원자금을 재원으로 하는 대출상품은 현장조사를 진행해야 이 같은 범죄를 막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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