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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식 새경북포럼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미드 ‘크리미널마인드 : 국제범죄수사대’는 해외의 미국인이 휘말린 사건을 해결하는 FBI 수사팀 활약을 그린다. 한국계 어머니를 둔 미남 배우 다니엘 헤니가 열연하여 친근한 드라마. 초두에 해당국 속담을 인용하면서 전개된다.

‘바다가 있는 곳에 해적이 있다’언젠가 싱가포르 편에서 소개된 격언. 해도가 있으면 당연히 금은보화가 엮인다. 약탈한 재화를 운반하는 도중에 가라앉은 선박도 다수일 것이다. 어쩌면 심해엔 상상을 뛰어넘는 귀중품이 널려 있는지도 모른다. 대양과 더불어 살았던 인류의 자취를 보건대 그렇다.

콜럼버스 모험도 애당초 목적은 지팡구의 황금이었다. 그는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쓰인 일화를 굳게 믿었다. 선단을 이끌고 출항하면서 선원들 공포심이 두려웠다. 미지의 해역을 나아가는 불안감으로 반란이 생길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항해 일지엔 그런 심정이 묘사됐다.

해양에는 함선 침몰 사고가 수시로 일어난다. 생존자가 없을 경우 부풀려진 풍문이 나돌기도 했다. 자연히 유령선 전설로 번졌다. 특히 아프리카 희망봉 근처는 난파가 연이었고 저절로 소문의 진원지가 되었다. 이를 모티브로 시인 하이네는 유령선 이야기를 썼고 음악가 바그너는 오페라를 작곡했다.

수중 탐사는 정확한 문헌 자료와 최첨단 과학 장비가 뒷받침돼야 성공이 가능하다. 영화 ‘타이타닉’도 다이아몬드 목걸이 발굴에는 실패했다. 철제 금고에 들었다는 정보가 잘못된 까닭이다. 애절한 사랑과는 별개로 투자가는 피해를 입었으리라.

해저 유물은 역사성과 희귀성 그리고 스토리텔링 등 이유로 고가에 거래된다. 작년에 영국서 경매된 타이태닉 승객의 편지는 물경 2억 원 상당에 팔렸다. 겨우 종이 한 장에 불과한 기록일 뿐임에도. 1985년 조사가 진행된 타이태닉호는 사천여 점이 나왔다. 한국의 신안 근해 도자기와 동전을 건진 일도 큰 성과를 거둔 사례.

지금은 잠잠하나 한동안 돈스코이호 관련 기사가 집중 보도됐다. 지난 오월 침륜한 날짜에 맞춘 추모제가 열리기도 했다. 승조원들 영혼을 달래고 탐찰 성공을 바라는 염원. 보물선이라 여겨지는 내막이 궁금했다.

신문 기자 출신인 원희복의 ‘보물선 돈스코이호 쫓는 권력 재벌 탐사가’는 논픽션 저서. 빅토리아 여왕이 새겨진 소버린 금화가 배경인 표지부터 흥미롭다.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울릉도 저동 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순양함.

일본의 기습 공격으로 분쟁이 발발하자 러시아는 발트 함대를 차출해 극동으로 보낸다. 여기에 돈스코이호가 포함됐다. 그때의 함대는 연료인 석탄과 보급품을 해항 중간 구매하는 관계로 군자금을 간직한 회계함을 운항했다. 그 군함이 나히모프호였다.

150조 원 규모의 귀물이 실린 나히모프는 엄몰 직전 돈스코이로 옮겼고, 이 배는 계속 항전하다가 투항을 거부하곤 자침을 택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의문은 여기서 출발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대마도 역사서, 일본의 해전사와 학회지, 그리고 주민들 목격담까지 정황 증거는 넘친다.

일본은 나히모프호 인양을 시도했으나 소련이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작업은 중단됐다. 돈스코이호도 유사한 상황이 재현되지 않을까 싶다. 국제간 예민한 문제는 순리가 아니라 힘이 우선하는 현실이다. 아무 소리 없다가도 어느 순간 표변하지 않을까. 재사 양수를 죽음으로 몰아간 계륵은 간웅 조조의 권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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