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무른 나이에 지게질 배웠죠
눈물 몇 되 땀 몇 섬 흘렸지만
비칠거릴 때마다 소금 한줌 집어 먹었죠
몸도 마음도 치우치면 텀벙 빠져요
발가락마다 고루 힘주고
지게작대기 알구지 옴팡지게 짚어야 해요
이제 출렁거리는 냇물비단 위에도
소금짐 지고 거뜬히 서 있게 되었죠
날마다 땀 흘려 일하고
때때로 슬프면 목 놓아 울어요
기쁨은 떠올라 물결이 되고
슬픔은 가라앉아 보석이 되죠
가끔 내가 선 곳이 물인지 하늘인지 모르겠어요
진흙탕인줄 알았는데 흰구름 둥실 떠다니죠
낮은 신 신고 있지만 높은 신과 함께 걸어요




<감상> 내 나이 여덟아홉 살 때 지게질을 배웠어요. 넘어질수록 지게작대기의 알구지(맨 위의 갈라진 부분)를 옴팡지게 짚고 차츰 균형을 잡게 되었지요. 짐무게가 무겁게 나를 짓누를 때 혼자 눈물 흘리고 기쁠 때는 물결처럼 차올랐어요. 내가 선 곳이 낮고 진흙탕인 줄 알았는데, 소금쟁이(소금 질 때의 자세와 닮은 곤충) 같은 삶을 살다보니 흰 구름과 높은 신이 함께 하네요. 위에 높이 서서 지배하려 하고 높은 신을 신으려고만 노력한다면 몰속으로 가라앉고 말지요. 어깨가 너무 넓은 걸 보니, 내 전생은 아마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네팔의 짐꾼 소년이었을 겁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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