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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정규 문학평론가
털어 먼지 안 날 것 같니. 네 탓 말고 너나 잘해. 네가 잘 못 해 이 꼴이 됐다느니. 사람은 걸핏하면 남 탓한다. 잘 못된 일이 있으면 조상 탓 아니면 나라 탓이다. 그렇게 남 탓만 한다. 반면 자신은 늘 잘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모 조상 네 탓 나라 탓하는 사람치고 변변한 사람 흔치 않다. 온당치 못한 사람일수록 남의 탓에 의존한다.

요즘 네 탓 내 탓보다 더 나쁜 잘 못된 심리가 팽배하고 있다. 나는 해도 괜찮고 네가 하면 안 된다는 ‘내로남불’. 그것도 젊은이들 철부지들 사이에서 하는 말이 아닌 기성세대 지성인이라는 사람들 정치지도자라는 사람들 사이에서 걸핏하면 하는 말이다.

똑같은 행위 똑같은 짓 하고도 자기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지탄하는 데서 나온 말이다. 그 말 뒤에 따라 하는 말이 걸작이다. ‘네 탓 말고 너나 잘해’ 내 보기엔 너도 나와 별반 다를 바 없다.

결국 나나 너 똑같다는 말이다. 나쁘기로는 너나 나나 같다는 말이다. 입장이 바뀌면 콩이 팥 되고 팥이 콩이 되는 것 지금까지 그랬었는데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왜? 그래서 내로남불 아니던가.

다시 말해 옳은 것 따로 없고 그른 것 따로 없이 입장이 바뀌면 그 또한 바뀐다는 것 똑똑히 알아야 한다. 한마디로 하는 짓들 하는 말들 너도 바보 나도 바보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어느 날 휘영청 밝은 달밤에 네 모녀가 밖으로 나가 달구경을 하는데 셋 딸 중 제일 큰애가 ‘오! 달도 밝다’를 ‘오오 달이도 바이다’하고 하자 그 말을 듣고 둘째가 말이나 똑똑히 해를 ‘마이나 또이 또이 해’라고 하자 막내가 둘 다 ‘바보다’를 ‘두이다 바이보이다’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엄마가 가슴이 미어지는 심정으로 그래 내 딸 모두 똑똑하구나. 그랬다는 말이 있다.

그랬듯 남 잘 못은 보이고 탓할 줄 알면서 자기 잘 못은 깨우치지 못하는 게 인간이다. 어쩌면 그게 인간의 한계다. 걸핏하면 네 탓이라 하는 데 네 탓 말고 너나 잘해. 네 탓만 하다 내 꼴 나지 말고 너, 너 미래 보이지 않는가 본데, 난 너 보여 미래가?

날이 새지 않았는데도 동이 튼 것으로 착각 전등을 켜지 않고 어둠을 탓한다. 생각을 가둬놓고 눈을 감고 보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밝은 날은 온다. 싫고 또 싫어도 온다. 오는 것 막을 수 없다.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이쯤 해서 짚고 넘어갈 말이 있다. 무명선사가 맹사성에게 선사 왈 “원님! 간단합니다. 나쁜 일은 피하고 선하고 착한 일을 많이 하면 됩니다” “찻물이 찻잔을 넘쳐 방바닥이 젖는 것은 알면서 어찌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모르신단 말이요?” “원님께서 고개를 숙이면 문지방에 이마를 부딪치는 일이 없을 텐데” 껄껄 웃었다는 …그 말을 듣고 깨우쳐 명재상이 됐다는 것 귀 담아 듣고 깨우쳐야 할 자 많다.

네 탓 타령만 하다 보면 그릇 친다. 소중한 시간 허송한다.

너나 잘해. 그 말 듣는다. ‘두이다 바이보이다’ 그 말 듣는다. 그걸 보며 가슴 미어지는 건 그 어미 아닌 바로 민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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