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글라스의 원조는 중국이다. 11세기 이후 송나라의 판관들은 재판을 할 때 색안경을 자주 썼다. 심문 중 죄인에게 눈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서다. 눈동자의 흔들림만으로도 판관의 마음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송나라 판관이 쓰던 색안경은 도수가 없었다. 표정만 들키지 않으면 OK였다. 판관의 색안경은 연기에 그을린 듯한 빛을 띤 연수정(煙水晶)으로 만들었다.

송나라 때 실크로드를 통해 색안경 기술이 서방으로 건너가 15세기 중반엔 이탈리아 법정에서도 색안경이 사용됐다. 송나라와 마찬가지로 재판관의 표정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색안경 기술이 획기적으로 바뀐 것은 20세기 중반 미국에서다. 군사적 필요성에 의해 색안경 기술이 급속하게 업그레이드 됐다. 1930년 중반 미국에서 고공비행을 하던 군 조종사들이 구토, 어지러움 증세를 호소했다. 비행 도중 순간적으로 시력을 잃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컸다. 군용기의 성능을 테스트하던 한 공군 장교가 신체 이상징후의 원인을 찾아냈다. 태양광선이 주범이었다.

조종사들은 고도가 높을수록 태양광선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그 부작용으로 여러 신체 증세가 나타났던 것이다. 미 공군은 강력한 태양광선을 막기 위해 광학기구와 의료기구를 생산하던 바슈롬 회사에 보안경 제조를 요청했다. 바슈롬은 눈부심을 막을 수 있도록 초록색을 칠한 특수렌즈를 개발했다.

보안경의 성능은 기대 이상이었다. 고공비행이 훨씬 편해졌다. 1937년 바슈롬은 공군에서 쓰던 보안경을 일반인들에게도 보급하기 위해 상품화했다. 이 때 출시된 선글라스 브랜드가 흔히 ‘라이방’이라고 하는 ‘레이벤(Ray Ban)’이었다. 말 그대로 ‘광선을 차단하는’ 안경이 출시된 것이다.

바슈롬사는 돈 들여 광고나 선전을 할 필요가 없었다. 2차 대전이 ‘레이벤’의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미 사령관 맥아더 장군이 늘 끼고 다니던 선글라스가 ‘레이벤’이었기 때문이었다. 맥아더의 선글라스 착용 폼이 100% 이상 광고효과가 됐다.

강한 척하고 싶은 사람들이 기선제압용으로 선글라스를 애용한다고 한다. 최근 전방행차 때 선글라스를 착용한 임종석 비서실장의 생각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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