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생명과학과 황철상 교수 메커니즘 밝혀

포스텍 황철상 교수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도 생명체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탄생, 죽음과 함께, 극한 상황에서의 생존이란 현상의 신비는 여전히 해답이 풀리지 않은 상태다.

국내 연구진이 5년간의 연구 끝에 그 신비를 풀 중요한 실마리를 발견했다. 박테리아와 같은 원핵생물의 단백질 합성 과정을 그대로 흉내 내어 단백질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 총장 김도연) 생명과학과 황철상 교수·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이철주 책임연구원 팀은 단백질 합성에 관여할 수 있는 효소, 포밀메티오닐-트랜스퍼라제가 극한 환경에서 진핵생물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또, 이 효소가 단백질의 수명을 결정짓는 분해에도 관여한다는 새로운 사실도 발견, 이 성과를 과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사이언스(Science) 8일 자(현지 시간)를 통해 발표했다.

박테리아와 같은 원핵생물과 사람이나 효모와 같은 진핵생물의 생명현상은 비슷해 보이지만, 세포 속 일꾼인 단백질의 합성 방식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진핵생물은 아미노산 ‘메티오닌’부터 단백질을 만드는 반면, 원핵생물은 메티오닌의 변형체인 ‘포밀메티오닌’부터 단백질을 만들어나간다.

그러나, 진핵생물의 세포 속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토콘드리아’의 경우에는 원핵생물처럼 포밀메티오닌부터 단백질 합성을 시작하기 때문에 생물학자들은 세포 속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의 기원을 원핵생물이 공진화(共進化)해 진핵생물로 편입되었다고 보고 있다. 공진화란, 한 생물집단이 진화하면 이 집단과 관련된 집단이 같이 진화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숙주와 기생생물의 관계가 바로 이러한 공진화의 사례 중 하나다.

진핵생물은 주로 세포질에서 메티오닌부터 단백질을 합성하지만, 미토콘드리아에서는 포밀메티오닌부터 단백질을 합성한다.

흥미롭게도, 포밀메티오닌을 만드는 효소, 포밀메티오닐-트랜스퍼라제는 세포질에서 합성된 직후 미토콘드리아로 이동해 포밀메티오닌부터 단백질을 만들도록 하는데, 황 교수팀은 이 과정이 생물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밝히기 위해 다양한 생화학적, 분자생물학적 실험기법을 동원해 검증에 들어갔다.

유전자 조작이 가장 쉬운 진핵생물인 효모를 이용해 시작된 연구는 5년간의 끈질긴 연구 끝에, 장기적인 저온 상태나 영양분 고갈 상태에서 포밀메티오닐-트랜스퍼라제가 미토콘드리아로 이동하지 않고, 세포질에 남아 포밀메티오닌부터 단백질을 합성하도록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기존의 학설과 다르게 진핵생물 세포질에서 포밀메티오닌부터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원핵생물의 단백질 합성법을 그대로 흉내내고 있는 것으로, 이는 추위와 굶주린 극한 상황에서 생물체가 스트레스 환경에 적응하고 저항성을 높이는데 아주 중요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진핵생물의 세포질에서 생성된 포밀메티오닌을 가진 단백질들을 직접 인식해서 제거하는 새로운 단백질 분해경로도 발견했다.

진핵생물 세포질에서 일어나는 포밀메티오닌을 통한 단백질 합성과 분해 그림.
이 연구에서는 수많은 단백질 중에서 아주 짧은 순간 미량으로 밖에 존재하지 않는 포밀메티오닌을 가진 단백질을 찾는 것이 중요했는데, KIST 연구팀의 질량분석 기반의 단백체 연구방법이 큰 힘이 됐다.

연구를 주도한 포스텍 황철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미스터리로 남아있던 포밀메티오닌의 숨겨진 생명현상을 최초로 밝혀낸 것으로 새로운 연구분야를 개척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이 결과를 밝히는 데에만 5년이나 걸렸을 정도로 도전과 실패를 수없이 반복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도전적인 연구에는 꾸준한 지원과 각자 다른 전문 분야의 연구자들의 공동연구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이처럼 모험적인 가설에도 전폭적으로 지원해 준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과 정밀한 분석방식으로 중요한 데이터를 제공해주신 KIST의 이철주 박사님께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과 한국연구재단의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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