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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기환 동남부권 본부장
김유신의 누이 보희와 문희의 꿈 이야기가 서려 있는 경주 선도산 자락의 서악마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느 자연부락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최근 주말만 되면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수많은 관광객으로 붐빈다. 그동안 관광객 선호지역에서 다소 벗어난 조그만 마을이 천년고도 경주의 핫플레이스가 된 것이다.

이 지역에는 국보, 보물을 비롯한 다수의 문화재가 인근에 밀집돼 있다.

그러나 최근까지는 관광객이 북적이는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오히려 여타지역과 비교가 될 정도로 썰렁한 관광지였다.

이런 서악마을이 변하고 있다.

수많은 문화재가 있지만, 주위 환경은 어느 지역 못지않게 깨끗하게 탈바꿈했다. 다시 찾고 싶은 관광지로서의 면모가 잘 갖춰져 있는 곳으로 변한 것이다. 인근의 보물 65호인 서악동삼층석탑 주변에는 매년 가을만 되면 구철초가 화려한 자태로 만발해 전국의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구절초단지는 인근 유적지와 어울리면서 신라 천 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힐링 명소가 되고 있다.

마을 입구에 위치한 서악서원도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곳 중 하나다.

살아 숨 쉬는 서원, 고택 음악회, 서원스테이와 같은 다양한 정신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국내외 관광객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조선시대 교육기관인 서원을 전통과 현대문화가 접목하는 고품격 문화체험 공간으로 재정립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2004년 설립한 (사)신라문화원의 문화재 활용을 통한 경주 바로 알리기 사업 추진이 불씨가 됐다.

신라문화원은 ‘문화재 활용이 보존이다’는 모토로, 먼저 서악동 삼층석탑 주변을 정비했다. 지정, 미지정 문화재 주변의 경관을 조성하고, 문화재 활용을 통한 관광자원화 사업 기반도 점차 마련해 나갔다.

지난해부터는 KT&G의 후원으로 서악마을 가꾸기 사업을 시작했다. 우선 푸른 패널 지붕을 검은 유성페인트로 칠해 골기와와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이어 마을담장 낮추기, 돌담 쌓기, 마을길 정비, 유휴지 주차 공간조성….

시간이 흐르자 마을경관이 점차 바뀌고 있었다.

문화재 주변 대나무와 잡목을 제거하고, 주변 배수를 위해 모래를 복토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인근 고분군을 조망하면서 걸을 수 있는 수백m의 탐방로도 개설했다. 이러다 보니 처음에는 그냥 지켜만 보던 주민들이 이제는 스스로 찾아와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이렇게 조성된 서악마을에는 봄이면 진달래와 연산홍, 여름에는 연꽃과 작약, 가을에는 꽃무릇과 구절초를 볼 수 있다.

문화재와 꽃이 연계된 새로운 관광명소가 탄생한 것.

이제는 이러한 갖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 조성한 관광명소 분위기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 선호도가 높은 도심이 아닌 외곽지에 위치한 지리적 여건으로, 방문에 대한 관광객의 심리적 저항을 무마할 대안을 빨리 찾아야 한다.

그냥 보기만 하는 관광 패턴에 싫증을 느낀 관광객 유치를 위한 새로운 유형의 상품 개발을 위해서도 너나없이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현재 상황에 만족하고 안주한다면, 관광객은 썰물처럼 빠져나가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재 활용을 통한 관광객 증대사업이 2000만 관광객 시대를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황기환 동남부권 본부장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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