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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석 새경북포럼위원·정치학 박사
영화 안시성은, 당나라 대군이 고구려의 변방 안시성을 침공하는 내용으로 고구려 5천 명의 군사로 당나라 20만 명을 상대하여 승리를 그린 전쟁영화이다. 안시성 장군 양만춘이 쏜 화살로 당 태종 이세민이 한쪽 눈을 잃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극적인 요소와 함께 통쾌함을 더하지만, 영화를 통해 알려진 전쟁의 신 이세민이 중국 최고의 태평성대를 이끈 당 태종이며 자신의 정치 철학을 기본적 내용으로 정리한 ‘정관정요’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그리 알지 못한다.

중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군주로 평가받으며 중국인들의 자부심을 갖는 왕조의 주인공인 당나라 태종 이세민. 그의 사후 50년쯤 뒤 신하들과 나눈 문답을 정리한 ‘정관정요’는 군주의 도리와 나라와 백성을 위하는 마음, 그리고 군주와 신하가 꼭 지켜야 할 정도가 무엇인지를 담고 있다. 한마디로 치세술의 명저인 ‘정관정요’는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고 관찰함으로써 보다 나은 미래의 혜안을 제시하고 있어 많은 통치자들의 리더십의 교과서로 읽히고 있다.

1년 6개월에 접어드는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국회 예산안 심사를 두고 경제 정책 등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갈수록 드세다. 특히 소득주도 성장론의 기반인 최저임금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등이 이슈가 되어 오가는 험한 발언들은 듣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이다. 촛불민심에서 시작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두고 말들이 많다. 경제지표를 걱정하는 정책을 두고 학자들의 쓴소리와 야당의 강도 높은 비판은, 하향 조정한 내년 성장률 전망 수치와 함께 불경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깊다.

경제성장의 수혜를 국민 대다수가 함께 누리지 못했다는 문제 인식에서 출발한 소득주도 성장론은, 극심한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경제 개혁으로,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를 향한 비전이다. 경제정책을 두고 성공을 바라는 다수의 비판과 우려에 대해서 그동안의 문제점을 점검할 때가 되었다고도 본다. 그러나 경제는 심리에서 출발하며 유동성이다. 경제적 환경이 위축되면 자연히 내 주머니도 위축되는 것이다. 내 주머니로부터 시작해야 하는 소비도 주위 사람을 의식해 소비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며, 고소득층이든 저소득층이든 돈을 쓰지 않는 것이 불황이다. 부연하자면 ‘아담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는 시장 경제체제에서 돈이 순환해야 함에도 돈이 돌지 않는 이른바 심리적 불경기를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나고 난 후 그때가 좋았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적은 있었어도, 살아오면서 경기가 좋았다는 말을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병약한 체질개선을 위한 처방은 어느 것이든 쉬운 것이 없다. 운동이든 음식이든 참고 견디어야 체질이 개선된다.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심리적으로 위축된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과 함께 우려를 불식시킬 심리적 대안도 필요할 때이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의 누적된 경제적 체질개선은 특정인들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관정요’에도 나오는 창업과 수성은 나라를 세우는 일과 나라를 지켜 가는 일을 말한다.

신하들과의 문답에서 당 태종은 창업도 어렵지만 수성은 더욱 어려운 것이라며 허물을 막을 수 있는 거울이야기를 하였다. 거울이 없으면 자신의 생김새를 볼 수 없듯이 주변의 충직한 간언이 없으면 벌거숭이 임금님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경제의 양극화가 불공정과 불평등을 만든 지금, 크고 작은 갑질이 만연하여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평등하고 차별 없는 사회는 전 국민적 공감대이다. 따라서 국민적 공감대의 실천이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이며 나라를 지켜가는 수성이다. 국가의 지도자이든 기업의 리더이든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실패한 리더가 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에서 발표한 ‘2018 국가사회기관 신뢰도’에서 “국민이 가장 믿는 기관 ”1위가 대통령이며 국회가 꼴찌를 기록한 것은 일러주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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