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12월 25일, 소련이 해체되자 서구의 시선은 중국으로 쏠렸다. 또 하나의 공산주의 대국 중국이 붕괴하지 않을까 하는 예측과 억측이 난무했다. 하지만 중국은 붕괴 되지도, 쪼개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미국과 맞대결의 강대국으로 성장했다. 그 동력은 지도부가 유능하고 지혜로운데 있다.

중국 칭화대학 다니엘 벨 교수는 “선거로 선출되는 지도자들의 자질이 갈수록 떨어지고, 현명하고 유능하고 공공의식을 가진 지도자를 뽑는다는 면에서 선거는 중국식 지도자 선출방식보다 효율적이지 않다”고 했다. 대중민주주의의 저질화로 선거는 인기영합주의자들의 공연장이 되고 있지만 중국은 실력과 자질검증을 오랜 시간 여러 관문을 통해 시행한 후 지도자를 뽑는다는 것이다.

시진핑도 지방과 중앙을 오르내리며 16번의 중요 관문을 통과했다. 이 때문에 느닷없이 메시아 대망론을 업은 ‘안철수현상’ 같은 것은 나타날 수가 없다. 장기간에 걸친 지도자감 검증시스템은 오랫동안 시행된 과거제도 전통과 맥이 닿아있다. 과거를 통해 널리 어질고 유능한 인재를 선발한 ‘선현여능(選賢與能)’이 뿌리다.

중국의 지도자 검증은 잘 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고 못하는 사람을 추려 내 끝까지 남은 사람을 지도자로 뽑는다. 밀려나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고도의 자기절제가 요구된다. 그런 과정을 이기고 정상에 오른 사람치고 만만한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중국 최고 지도층인 정치국원 25명은 서구식 다원주의의 결핍을 집단학습을 통해 보완한다. 후진타오 총서기 시절 정치국원 전원이 한 달에 한 번꼴로 집단학습을 실시했다. 강사진은 베이징대, 칭화대, 인민대와 중국사회과학원, 중국공산당 중앙당 교수 등 개혁 청사진을 설계하는 핵심 지식인들이 맡았다. 학습토론 내용은 국정에 반영됐다.

최근 시진핑 주석을 포함한 정치국원 전원이 AI(인공지능)를 주제로 집단학습을 가졌다. 기층부터 오랜 기간 실적과 실력을 검증받고 정기적인 집단학습으로 단련된 중국 지도부는 국가적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전략적 리더십으로 돌파했다. 집단학습은 역주행 하는 한국 지도부에 더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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