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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한 수필가
인생 뭐 거창하고 별난 것 없다. 다 고만고만하다.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또 왔다리 갔다리하며 쓴맛, 단맛, 매운맛, 신맛 보고, 맡고, 서로 마시려고 아등바등 부대끼며 사람 냄새 풍기며 간다. 집 나서면 고생, 길에서 세월을 다 보낸다. 지하철도 타보고 지상철도 타고 노선버스도, 택시, 승용차도 탔다. 보행자 도로도 외우도록 걸었다. 어릴 때부터 돌아다니는 것이 일상생활로 젊어도 늙어도 똑같다.

탐스러운 붉은 감이 익어가는 태어나고 자란 고향 상주보다 눈·비가 귀한 내가 살아가며 생긴 ‘고향 대구’.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는 입동이 지나자 많은 비가 내린다. 오후가 되니 마음이 가라앉고 차분해지며 가을비 내리는 거리를 나서서 정처 없이 헤매며 걷는다.

‘삼각지 로타리에 궂은비는 오는데 떠나버린 그 사랑을 아쉬워하며 비에 젖어’로 시작되는 돌아가는 삼각지를 흥얼거리며 ‘비 내리는 영동교’까지 중얼대다 보면 건들 바위 근처 아파트를 나서서 ‘아니 벌써’ 비 내리는 대구의 미니 한강인 신천 대봉교다.

도심 산책길로 딱 인 명덕네거리~ 대봉교 인도 위로 잎이 넓고 무성한 양버즘나무 가로수 터널을 따라 고독을 씹으면서 비에 젖은 낙엽을 밟으며 동쪽으로 대봉성당을 지나 먹자도로를 건너 웨딩거리에 보행 신호 받고 하늘열차가 다니는 ‘A’ 자형 사장교각 아래 대봉교 다리 밑에서 달콤한 망중한 즐기려 나도 모르게 왔다.

물새들의 천국 신천, 물 따라 자연과 속삭이는 산책길에 형형색색의 우산을 들고 걷는 행렬 황홀하다. 대봉교에서 왼쪽으로 틀면 김광석 길 나온다. 떨어지는 빗줄기 리듬에 흐르는 신천 가락 장단이 맞아 구성진 김광석 노래가 찌든 육신을 달래고 지친마음 녹인다. 장대같이 주룩주룩 대책 없이 내리는 비. 오도 가도 못하고 다리 밑에 갇혀 앉으니 온갖 잡생각이 다 난다. 여름철에는 수영장이던 왼편 둔치에 대구시 중구 편 전국노래자랑에 북적이던 때가 엊그제 같고, 오른쪽 둔치에는 어르신네 새벽마다 생활 체조하는 리듬이 환청으로 들리니 더욱 아늑하고 정겹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신천 ‘다 있소, 대봉교’ 물속부터 다리 아래, 위 공중까지 일 년 365일 주야 간 사람, 자전거, 차량, 도시철도 전동차, 또한 물새에 물고기까지 보태어 오고 가는 대봉교 항상 번잡한 시골장터다. 다리 밑 풍경 새벽은 테니스 연습장, 비 오는 날은 대피소, 한낮은 바둑장기 뜨는 사랑방, 여름철에는 피서지, 겨울이면 독백의 광장 수시로 변하는 다용도 카멜레온이다.

비슬산에서 발원하여 대봉교를 지나 북대구 침산교로 금호강에 합류되는 물새와 물고기 놀이터 신천 냇가 중앙에 자리한 대봉교! 보행자도로 걷는 산책객, 자전거 전용도로를 달리는 사이클 신천. 온종일 사람, 자전거, 차량 행렬 공중에는 사장교각 사이를 도시철도 3호선 하늘열차 뜬구름 휘날리듯 창공에 수놓은 풍경 대박이다.

대봉교 동쪽은 서울의 강남 수성구, 대봉교 서쪽은 대구경북의 얼굴 중구. 아파트 시세 다리 하나 사이에 2~3억 거금 아파트 한 채 값 생기고 빠지는 요술방망이 대봉교. 다리 동쪽 수성구로 가면 금값 아파트, 서쪽 중구로 가면 은값 아파트. 고공행진 대구 아파트 중심에 대봉교가 있다. 평준화 열쇠 거머쥔 낭만추억의 복덩어리 대봉교 되돌릴 수 없는 평정 기다리며 ‘다 있소’ 대봉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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