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거지들이 허리춤에 깡통을 차고 음식물을 얻으러 다녔다. 이 때문에 ‘깡통을 차다’라는 말이 생겼으리라. ‘깡통을 찼다’는 것은 가진 것을 몽땅 잃어버리고 빈털터리가 됐다는 뜻이다. 요즘도 가계 빚이 천문학적인 금액이라지만 한 때 은행 빚을 모두 갚고 나면 빈 통장이 되는 ‘깡통계좌’라는 말이 유행했다. 특히 빚을 내 주식투자에 나섰다가 몽땅 털린 은행계좌를 '깡통계좌'라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초인 2003년과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2년에 있었던 ‘깡통주택’ 이라는 말이 최근 다시 등장했다. ‘깡통주택’은 매매가격 하락으로 전세와 대출금이 매매 시세보다 더 많은 주택을 말한다. ‘깡통전세’도 등장했다. ‘깡통전세’는 집값 하락으로 전세 재계약을 하거나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세입자가 전세금을 다 돌려받지 못하는 주택을 말한다.

포항 양덕동의 한 아파트는 지난 2015년 매매가 3억2200만 원, 전세 2억3000만 원 하던 것이 현재 매매가 2억4600만 원, 전세 1억8000만 원이다.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아 매매가가 사실상 1억 원가량 떨어졌다. 전세와 대출금을 합하면 깡통아파트인 셈이다. 구미시 옥계동 한 아파트 59.85㎡(25평)는 2년 전 전세가가 6100만 원~7100만 원 선이었는데 지금 거래되는 집값이 4000만 원~5000만 원 선이다.

이렇게 깡통주택과 깡통전세가 늘어나는 가장 큰 원인은 입주물량 과다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7~9월 3개월간 경북 입주 예정 아파트 물량은 8개 단지 4천906가구 등 모두 9천33가구로 공급과잉 양상을 보였다. 여기에다 경북의 중추 도시인 포항과 구미 지역 경제에 위기가 닥치면서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 되면 전세금을 떼이거나 보증금을 제 때 돌려받지 못해 세입자들의 피해가 커질 것이다. 지금도 아파트들이 올라가는 것을 보면 ‘저 집에 다 누가 들어가 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불경기가 지속 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파트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경북 뿐 아니라 지방에서 ‘깡통아파트’가 속속 등장하고 점차 서울 쪽으로 확산 중이라는 소식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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