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jpeg
▲ 이재원 화인의원 원장
포스코가 교육재단 산하 유치원을 비롯해 초·중학교를 공립화하겠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재학생 학부모와 교직원 그리고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점점 거세지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포스코라는 대기업의 든든한 재정지원 덕분에 우수한 사립교육기관이면서도 학부모 부담은 상대적으로 덜해 이들 학교들에 대한 지역 내 선호도가 꽤 높기 때문이다. 해당 학교들이 모여 있는 지역을 서울의 강남학군에 빗댈 정도였으니 특히 재학생 학부모들의 반발이야 더 말할 나위 없다. 이런 학부모들의 강한 반발 탓인지 최근 공립화추진위 구성이 무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포스코 측은 공립화 추진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각종 언론보도에 따르면 포스코는 초·중등 의무교육화로 더 이상 사립과 공립 간의 질적 차이가 없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 학교 전체 재학생 중 회사 임직원 자녀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 그래서 앞으론 재단 산하 자율형사립고와 마이스터고를 집중 육성 하는데 모든 재정적 지원이 이루어질 거란 점, 등을 이유로 공립화의 필요성을 적극 부각시키고 있다. 말인즉슨, 회사직원도 아닌 지역주민에게 많은 교육혜택이 돌아가는 현 상황에서 더 이상의 재정적 지원은 불필요하고, 기왕에 쓸 예산이라면 혹시라도 회사를 위해 일하게 될지 모를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학교에 집중 투자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대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고려해볼 때 너무도 편협한 발상이고 그동안 기업이 표방해 온 교육보국의 이념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유라 할 수 있다.

이들 학교들이 초창기 회사 직원들의 자녀 교육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사원 주택단지 내에 설립되었다는 과거 사실을 모르는 시민은 없다. 지난 2009년부터 주택단지 내 일반시민의 거주가 허용되면서 전체 학생 구성 비율 중 직원 자녀가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에 비해 점점 낮아지고 있는 사정도 모르는 바 아니다. 이해관계를 중시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회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일반시민들에게 교육혜택이 돌아가는 상황이 마뜩치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내부에서의 문제 제기가 전혀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러나 교육혜택을 누리는 직접적 당사자는 다름 아닌 학생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앞으로 우리 사회를 책임지게 될 바로 그 미래세대가 아닌가. 우리 사회는 지금 심각한 저출산 문제로 미래전망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그리고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아이들 교육문제 때문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도 사회적 책임이 있는 기업이 아이들 교육문제를 두고서 한낱 우리 식구, 남의 식구로 편 가르기 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발상이라 할 수 있는지 매우 의문스럽다.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모범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포스코가 왜 아이들 교육 사업에서만큼 속 좁은 행보를 보이려 하는지 모르겠다.

앞서 포스코교육재단은 지난 2013년 ‘글로벌 일류시민을 양성하는 행복한 학교’라는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는 자리를 가진 바 있다. 그러면서 국내 학생들의 부족한 소양 중 하나가 특히 ‘시민의식’이라는 인식하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민의식을 학교 차원의 미래비전으로 제시했다는 자체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와선 대학진학과 취업을 최우선으로 하는 특성화고등학교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한다. 시민의식을 가진 일류시민을 양성하겠다는 건학이념은 무시한 채 학업 성과만을 중시하는 입시교육에만 매진하겠다는 소리다. 학교의 정체성이랄 수 있는 건학이념이 이리도 쉽게 자체적으로 부정될 수 있는 것인지 개탄스럽다.

얼마 전 포스코는 ‘With POSCO 경영계획 실천대회’를 갖고 ‘100대 개혁과제’를 발표했다. 그리고 모든 임원들이 나서서 전략적 미래투자로 경제적 가치도 높이고 그와 동시에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그렇다면 확실한 미래투자이자 기업의 사회적 가치실현의 수단이 될 수 있는 아이들 교육지원 문제에 대한 최근의 잘못된 인식부터 바로잡는 게 우선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