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피고인 건강상태 고려…이례적으로 병원서 열어

대구지법 경주지원 형사합의부는 지난 8일 울산시 남구 A요양병원에서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공소가 제기된 후 교통사고로 법정에 출석하지 못한 피의자를 대상으로 6년 만에 ‘찾아가는 법정’을 개정했다.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가 교통사고를 당해 법정에 나가지 못하고 장기간 입원하자, 판사들이 현장에 찾아가 재판을 열었다.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형사합의부(재판장 최해일 부장판사, 판사 정순열, 판사 류지미)는 지난 8일 울산시 남구에 위치한 A요양병원에서 ‘찾아가는 법정’을 개정했다.

이날 ‘찾아가는 법정’은 지난 2012년 술에 만취한 상태로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적발돼 재판에 넘겨진 후 교통사고를 당해 법정에 출석하지 못한 이모(54·남)씨를 대상으로 6년 만에 재판이 이뤄졌다.

이 씨는 2012년께 경주시 양남면 자신의 집 앞 도로 약 200m 구간에서 혈중알콜 농도 0.136%의 술에 취한 상태로 125cc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적발돼 공소제기 됐다.

그 후 이 씨는 2013년 교통사고를 크게 당해 현재는 울산시 남구에 있는 A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병원 외에는 거동이 불가능한 상태로 법정에 출석하기 곤란한 사정이었다.

이에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형사합의부는 피고인 이씨가 재판에 출석하기 곤란한 사정 등을 고려해 지난 8일 오후 4시께 이씨가 입원하고 있는 A요양병원에서 ‘찾아가는 법정’을 개정했다. 

재판에서는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초과하는 처벌 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이 장기간 요양병원에서 요양하고 있는 점, 피고인의 재정상태 등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의 판결을 선고했다.

이날 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에서도 피고인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법원의 찾아가는 법정에 적극 협조해 공판전담 홍등불 검사가 참여했다.

한편 원칙적으로 결심되고 난 이후 2주후에 형사법정을 개정해 판결 선고 하는 것이 원칙이나, 피고인의 사정 등을 참작해 결심공판 이후 같은 날 판결을 선고했다.

이번 재판에 피고인 국선변호인으로 참여한 곽정환 변호사는 “피고인의 건강 상태를 감안해 찾아가는 법정을 개정한 것은 법원 조직법에 ‘법원장은 필요에 따라 법원 외의 장소에서 개정하게 할 수 있다’라는 조항이 있지만 극히 이례적인 사안이다”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법정을 본 것 같아 흐뭇한 미담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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