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지진 발생 1년이 지났지만 아직 삶의 보금자리를 찾지 못한 주민 208명은 흥해체육관 생활을 하고 있다. 이제 정치권은 물론 국민적 관심에서도 멀어졌다. 관심이 식는 것과 함께 지진에 대응할 수 있는 시설의 안전이나, 관련 법률의 제정 등도 더디기만 해서 지역민의 지진에 대한 불안심리는 여전하다.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포항 지역민 80%가 지진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가 있었다고 했고, 시민 85%는 또 다른 지진에 대한 공포를 느낀다고 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지역민 대부분이 지진 발생 이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또 포항지역민을 면담 조사했더니 지진 피해 집중 지역 정부 보상과 복지대책이 합리적 기준 없이 체계적이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고 한다. 이는 합리성과 투명성 제고를 통해 주민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재난에 대한 공적 기관의 대응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서는 법률의 정비가 필요한데 포항 지진 발생 이후 발의된 각종 관련 법안이 낮잠을 자고 있다.

지진 직후 발의한 재난 수습 법안 7건 중 1건만 국회를 통과하고 나머지는 아직도 상임위에 묶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난 지원금을 올려놓고 정작 지진 피해주민에게는 소급적용이 되지 않는 황당한 현실이어서 주민 불만이 높다. 이렇게 불합리한 일이 어디 있는가.

국회에는 빈집과 소규모주택 정비 특례법, 지진 재난 복구와 지원 특별법, 재난 안전 기본법, 지진 화산재해 대책법, 건축법,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치 운영에 관한 법률 등이 계류 중이다. 지진 피해지역을 특별재생지역으로 지정해 복구한다는 ‘도시재생 활성화 지원 특별법’만 올해 4월 개정됐을 뿐이다.

무엇보다 또 다른 지진 공포를 느끼고 있는 시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지역민이 사용하고 있는 학교나 관공서 등 공공 건물과 주택의 내진문제다. 지진 발생 1년이 지났지만 내진보강은 느리기만 하다. 경북의 주택 95%, 거의 대부분 주택이 지진에 무방비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학교시설 내진율도 15.6%에 지나지 않는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의하면 경북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 62만1273동 가운데 내진 확보 건물은 4만1955동으로 고작 6.8%에 불과하다. 경북 동해안 경주에 이어 포항에 대형 지진이 잇따라 발생해 내진확보와 안전에 국민적 관심이 높았지만 경북의 내진설계율이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친다니 이러고도 지진 대응을 했다고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지난해 내진보강은 계획한 207건 가운데 88건만 추진해 실행률이 42.5%로 2016년 55.4%보다 오히려 떨어졌다니 정부나 지자체가 뭘하고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경주와 포항의 주민들이 상시적 지진 공포를 느끼고 있는데도 정부는 방관하고 있다. 지진체험센터를 포함한 국민안전체험관의 건립도 경북의 포항이나 경주가 아닌 다른 시도 지역에만 들어선다니 지역민들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행정안전부가 2020년까지 건립기로 한 대형, 중형, 특성화 국민안전체험관을 서울을 비롯, 전국 8개 시도에 건립한다는 계획인데 어느 것 하나 경북에 건립되는 것이 없다. 경북에는 제대로 된 안전체험교육시설도 없다. 정부는 경북을 왜 이렇게 도외시하나. 지진 발생 1년이 지난 이 시점에 정부와 정치권, 지자체는 법률 정비는 물론 제도의 개선과 지진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경북 지역민을 위한 특별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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