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우발적이고 즉흥적…법 위반 정도 중하지 않아"

14일 오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90만 원의 형을 받은 권영진 대구시장이 재판 결과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영진 대구시장이 벌금 90만 원의 형을 받아 시장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손현찬 부장판사)는 14일 권 시장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검찰은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 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공소사실은 모두 인정되고, 다른 공무원보다 엄격한 정치적 중립을 요구받는데도 수차례 선거법을 위반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다소 우발적이고 즉흥적인 범행인 데다 사전에 계획한 바도 없다. 법 위반 정도가 중하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선고 후 기자들 앞에 선 권 시장은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하지만, 판결 결과와 무관하게 시민께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장직을 유지하는 판결이 내려졌지만, 여전히 부끄럽고 시민들께 심려를 끼쳐 정말 죄송하다. 앞으로 대구의 미래와 시민 행복을 위한 시정에 더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옥 대구지검 2차장 검사는 “판결문 검토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재판부가 보는 것처럼 단순하게 우발적으로 벌어진 범행으로 볼 수 없다”며 “국회의원과 대구시장 선거 등을 여러 번 치른 사람으로서 전혀 형의 경감 사유가 안 되는데도 초범이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재판부가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하거나 온정적으로 결과를 낸 것 아니냐는 깊은 우려가 된다. 앞으로 선거법 위반 사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14일 오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90만 원의 형을 받은 권영진 대구시장이 재판 결과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권 시장은 6·13 지방선거를 앞둔 4월 22일 대구 동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 동창회 체육대회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5월 5일 조성제 한국당 달성군수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22분간 본인과 조 후보 업적을 홍보하고 지지를 호소한 혐의도 받았다. 권 시장은 자유한국당 대구시장 경선을 위해 3월 23일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가 경선이 확정되자 4월 11일 예비후보를 사퇴하고 시장직에 복귀해 공무원 신분이 됐다. 두 혐의 모두 공무원 신분으로 선거운동을 한 셈이 된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고, 선거사무소를 방문하거나 선거구민에게 특정정당이나 후보자 업적도 홍보할 수 없다.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