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석들이 종을 보시게
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가 없네.
어떻게 하면 두류산같이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을 수 있을까.


題德山溪亭柱(제덕산계정주)

請看千石鍾(청간천석종), 非大扣無聲(비대구무성).
爭似頭流山(쟁사두류산), 天鳴猶不鳴(천명유불명).





<감상> 남명(南冥) 조식(曺植)이 60세에 지리산 덕산으로 강학 장소를 옮기고, 산천재를 짓고는 그 기둥에 쓴 시이다. 천석종은 크게 치지 않으면 당연히 소리가 없다. 시인이 두류산(지리산의 옛말)을 쳐다보니 큰 종으로 보이고, 산은 세게 쳐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 멀리 지리산의 천왕봉을 보면 종으로 보일 법도 하다. 그런데 하늘이 울어도 종은 내응하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사물을 보는 시인의 엄청난 스케일과 함께 굳센 선비정신이 느껴진다. 사물의 외향(外向)이 본질을 잘 밝혀주지 않으므로, 자신의 내면과 일치시켜야 시인은 그 본질을 볼 수 있다. 바위 속에 들어 있는 부처를 찾아 장인이 정으로 쪼아내는 것처럼.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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