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추정돼 싱가포르 병원에 입원…대통령 양방주치의 남아 치료 지원
靑 "조식 후 방에 갔다가 내려오지 않아 들어가 보니 의식 잃은 채 쓰러져"

김은영 외교부 남아태국장
문재인 대통령의 싱가포르 아세안(ASEAN) 정상회의 참석 관련 실무를 총괄하던 외교부 직원이 현지 숙소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의식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오늘 아침, 저를 수행해 온 외교부 남아태 김은영 국장이 뇌출혈로 보이는 증세로 방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고, 의식이 없다”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김 국장은 이번 아세안 관련 여러 회의와 에이펙(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까지 실무를 총괄했다”며 “과로로 보인다.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현지 병원에 김 국장을 긴급히 입원시킨 다음 제가 직접 가봤는데 뇌압이 높아 위급할 수 있어 오늘 하루 긴급처치를 하며 경과를 봐야 상태를 알 수 있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주치의가 남아서 치료를 돕게 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눈물을 흘리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함께 에이펙 회의 참석을 위해 파푸아뉴기니로 떠납니다만 꼭 회복되길 기원한다”고 적었다.

청와대와 정부로부터 소식을 들은 김 국장의 가족들은 싱가포르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국장의 남편 역시 외교부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에게 “김 국장이 조식 후 방에 올라갔다가 출발 시간까지 내려오지 않아 문을 따고 들어가보니 의식을 잃은 채로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급히 싱가포르 병원으로 이송해 긴급 지혈 및 수술을 했다”며 “고혈압 등의 원인에 따른 뇌출혈 증상으로 보인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출국 전 병원에 들러 상황을 보고받은 뒤 대통령 양방 주치의인 송인성 분당 서울대병원 교수를 현지에 남게 했다”며 “대통령은 의무실장과 한방 주치의가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지 의료진은 김 국장의 뇌압을 낮추고 출혈을 멈추게 하는 조처를 취한 상태다.

외시 28회인 김 국장은 지난 3월 인도, 동남아시아, 호주 등을 담당하는 남아시아태평양국장에 선임됐다. 외교부 인사에서 각국과의 ‘양자 외교’를 담당하는 지역국 국장직에 여성이 임명된 것은 김 국장이 사상 처음이었다.

남아시아태평양국 산하 35개국과의 양자 외교를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김 국장은 문재인 정부가 외교 다변화의 핵심 사업으로 아세안, 인도 등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신남방정책’을 추진하면서 주무국장으로서 많은 업무를 감당해왔다.

특히 그는 지난 7월 문 대통령의 인도·싱가포르 순방과 이번 아세안 관련 다자회의 및 APEC 정상회의 참석 계기에 이뤄진 각국과의 양자 정상회담을 총괄했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아세안과의 관계가 강화되다 보니 남아시아태평양국의 업무가 많았다”며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전 대표 등은 트위터를 통해 김 국장의 쾌유를 기원했다.

추 전 대표는 트위터에 “대통령께서 직접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실 정도로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아 걱정이 된다”며 “온 국민과 함께 쾌유를 빈다”고 적었다.

민주당 김진표 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김 국장이 조속히 회복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고, 정청래 전 의원은 트위터에 “치열한 외교 현장에서 노고를 아끼지 않았을 김 국장의 건강이 회복되길 기도한다”고 적었다.

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낸 양향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도 트위터에 “원장 부임 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해외업무에서 함께했던 직원들의 치밀함에 놀랐고 감동했다”면서 “김 국장의 쾌유를 빈다”고 썼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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