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기 어려움이 나무 하나를 키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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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미형 씨
 약력: 1963. 진해 출생. 부산에서 성장
 2009년 <당신의 일곱 개 가방>으로 한국소설 신인상 등단
 2017년 소설집 <당신의 일곱 개 가방> 발간. 알렙 출판
 현재 부산작가회의 회원
누구에게나 그러하듯 내게도 한 시절을 마감하는데 많은 눈물이 필요했다. 뜬금없는 이별과 시간을 잘라내는 죽음과 젊은 시절을 떠나보내는데 합당한 마음의 준비와 에피소드.

그리고 스물 몇 살 된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며칠 뒤 나무 한 그루를 사들고 와 밤낮없이 말을 거는 어떤 여인을 떠올렸다. 사랑은 흘러흘러 물처럼 넘쳐흘러들어야 하는 성질의 것이었다. 그러므로 아들이 없다면 한 그루 나무에게라도 그 사랑이 전해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소설 <고무나무 이야기>를 쓰면서 고무나무가 있던 오래 전의 나의 집을 떠올렸다. 지금은 다 끝나버린 드라마처럼 사라진 한때 사랑하고 어깨를 기대었던 이들이 그곳에 여전히 있음을 떠올린다. 잠시 환영처럼 고무나무가 있던 낯익은 시절의 일들이 지금은 다른 감정으로 남아 떠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오래 전의 그곳에서 얼마나 멀리 와 있는 것일까.

내게 소설 쓰기는 다시 보기 영상처럼, 때로는 미리보기 설정처럼 달콤하고도 살벌하다. 소설 쓰는 내내 때로는 좋았지만 때로 지독히도 힘들고 슬펐다. 즐거웠다면 나의 속에 있는 명랑함이 두 발을 뻗어 누웠을 테고 슬펐다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많은 실수에 대한 때늦은 후회일 것이다.

한때 마당마다 고무나무를 화분에 기르던 많은 그 많은 이모들은 지금은 어디서 어떤 다른 나무들을 키우고 있을까? 고무나무를 키우던 즈음에 다가온 인생의 크고 작은 고통들을 그 나무와 함께 버텨 나갔을 거라고 믿는다.

내게도 아직 들려줄 이야기가 남았다. 그러므로 아직 그 고무나무를 계속 자라게 해야 할 거다. 깊고도 거대한 뿌리를 가진 나무가 되어 땅속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소설 쓰기의 어려움이 나무를 하나를 키우게 한다. 나무의 기운이 많다는 나는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내 소설 속 고무나무처럼 둥글고 순한 잎이 되고 싶다.

뽑아주신 심사위원들께 깊은 고마움을 전하며 더 깊어지는 소설을 경계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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