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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한 수필가
겨울이 온다는 입동이 지나니 아침이나 저녁으로 밤바람이 차다. 연말이 가까워지면 두툼한 속옷을 껴입고 옷깃을 세우며 발걸음이 빨라지는 한해의 끝자락 세모. 다사다난한 한해를 되돌아보고 결산하며 마무리하는 모임이 많다.

계추나 모임 중에도 연식이 오래되고 구닥다리 모임 초등학교 동창회. 말만 들어도 정겹고 설레며 붕 뜬다. 연말 동창회! 뒤풀이 여흥 추가는 기본이고 모임의 하이라이트다. 장기 선보이며 노래하고 흔드는 건전한 네온 빛 동창회는 찐빵에 앙꼬로 재충전의 탄약이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요, 친구를 잃으면 많이 잃은 것이요, 건강을 잃으면 전부 다 잃은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건강은 행복한 삶에 전부다. 다음으로 친구 대단히 소중하다. 가족도 되고 이웃이나 직장동료도 된다. 벌거숭이 친구면 대박. 어릴 때부터 허물없이 보채고 기대는 어깨동무친구 보고 싶다 만나자.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타인과의 교감을 통해 안정감으로 행복한 감정을 생긴다. 고독하면 우울증으로 변하여 왕따로 가면 산다는 자체가 지옥이다. 외로우면 못 산다고 놔두면 생존이 위험하다. 그러기에 가족 친구 이웃 동료와 사람 냄새 맡으며 더불어 산다.

남자는 셋이 모이면 한잔하러 가고, 여자는 셋이 모이면 백화점 간다. 아이 쇼핑이라도 해야 사소한 일에 삐지고 투정부리는 여성전유물 사라져 가정이 편하다. 사는 재미 코드 맞는 사람 만나 이야기하며 돌아다니는 것이다. 일상은 단순하다. 생각나면 만나 먹고 마시며 이야기하고 가보고 싶은데 가고, 보면 만사 OK다.

매월 19일은 초등학교 동창회 날이다. 해방 후 19회로 이날은 술과 밥에 고기 굽고 노래하고 흔드는 회관에서 주로 하기에 가는 길 발걸음도 가볍다. 들어서면 한 달 만에 만나도 손잡고는 놓을 줄 모르는 소꿉친구. 세상에 찌든 스트레스 너를 보니 걸음아 나 살려라. 삼십육계다. 친구야 불러도 또 부르고 싶다. 소꿉친구야! 반갑다.

시끌벅적 동창회 남자끼리만 모임 하다가 부부 일심동체라고 아내의 모임도 남편 따라 생기니 늦게 집에 들어가도 바가지 안 긁어 좋다. 나들이나 윷놀이 연말이면 같이 망년회도 같이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아 부부 애정 한결 뜨겁다. 연말 되면 2부 행사 들뜨며 추억 만들기다. 숨겨둔 18번 노래 연습하고 손발 비비며 허리 돌려 몸 풀어 나만의 멋진 이벤트 준비 한다.

연말 동창회는 푸짐한 만찬에 주안상까지 걸치니 기분 대길이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회관에 풀어 놓으니 가관이다. 가수 뺨치는 친구 노래에 빠져 박수와 환호로 분위기 띄워 팔다리 흔드니 오장육부가 시원하다. 일 년에 한두 번의 리사이틀 짱이다. 길게 줄지어 ‘어~싸’ ‘어~싸’ 외치며 도는 기차놀이로 한마음 되어 다 같이 국민동요 고향의 봄 부르며 끝나던 보고 싶은 행사 또 한해를 기다린다.

뭣 때문에 사는가? 이러려고 산다. 먹고 마시고 풍악 울리며 뛰놀며 사는 세상이 인생이다. 저물어 가는 인생 서글프다. 모두가 노래하고 흔드는 동창회 같은 흥겨운 칠순 인생잔치 해보면 좋다는 생각에 19일 동창회 날만 되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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