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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헌경 변호사
지난 11월 14일 대구지방변호사회관 5층 강당에서 낙동강 최상류 영풍석포제련소의 식수원 오염실태와 관련한 환경세미나가 열렸다. 영풍제련소는 1970년 들어선 아연제련공장이다. 영남지역 1,300만 시민들은 낙동강 물을 정수하여 마시고 살고 있다. 그런데 48년 전부터 낙동강 최상류 청정계곡 깊은 골짜기에 거대한 아연공장이 지금까지 가동되어 오고 있다. 영풍제련소는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위치한다. 영풍제련소의 매출은 지난해 기준 1조3천억원이며 국내 재계순위 26위인 영풍그룹의 주력사이다. 영풍그룹은 주식회사 영풍과 주식회사 영풍문고 및 고려아연 주식회사 등 24개 계열사로 구성되어 있다.

영풍제련소는 아연제련공장 특성상 수많은 환경오염물질을 양산하게 된다. 문제는 이곳이 1,300만 영남지역 시민들의 식수원 최상류에 위치해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세미나 발제자들에 의하면 영풍제련소에서 아연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광 원석을 분쇄해 작은 가루로 만든 다음 물과 화학물질을 이용해 화학반응을 일으켜 아연을 분리해내고 남은 물과 찌꺼기를 버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밀가루보다 미세한 정광가루가 공기 중에 비산되고 주변 나무와 토양에 묻어 있다가 빗물에 씻겨 계곡에 흘러든다. 또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단계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수증기에 아황산가스 등 중금속물질이 섞여 나온다. 그리고 아연을 분리해 내고 남은 중금속폐수가 계곡에 흘러들거나 중금속폐슬러지 등에서 나오는 비소, 납, 아연, 수은, 카드뮴 등 인체에 치명적인 중금속이 지속적으로 낙동강과 주변 산지로 방출되어 낙동강 최상류 산하를 초토화시키는 등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한다.

영풍제련소는 2014년 석포리 아래에 거주하는 봉화주민들이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였으나 전혀 개선의 의지가 없었다. 오히려 2013년부터 제3공장의 증설을 강행함으로써 ‘영풍제련소 봉화군대책위’가 만들어지고 이에 따라 본격적으로 영풍제련소 문제점의 심각성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2018년 3월경 결성된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 공동대책위원회’가 발족하면서 더욱 확대되게 되었다. 영풍제련소 공동대책위는 봉화, 안동에서부터 구미, 대구, 창원, 부산 등 낙동강 유역의 거의 모든 지역의 환경단체와 주민단체가 모여 낙동강 최악의 공해공장인 영풍제련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영풍제련소부지 토양의 중금속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밝혀지고 중금속폐수 수십 톤을 무단 방류한 것이 적발되어 행정청이 토양정화명령과 조업정지명령 등의 행정처분을 내리면서 주식회사 영풍과 행정청 사이에 행정쟁송이 벌어지고 있다. 영풍제련소는 2013년부터 48건의 환경오염행위가 적발되었다. 특히 제3공장은 2005년 제4종의 소형 대기배출사업장으로 공장설립 신고 후 이와 달리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시설 1종 사업장을 허가 없이 설립 후 불법으로 가동해 오다가 2013년 적발되었다. 하지만 이후 이행강제금 14억600만 원을 납부하고 불법건축물 양성화를 통하여 현재 운영 중이라고 한다. 제3공장은 애초 허가가 불가능한 곳이었다 한다.

영풍제련소가 이와같이 공장을 가동해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영풍그룹의 어마어마한 자본력과 영풍그룹이 거느린 ‘관피아’ 또는 ‘환피아’라 일컬어지는 막강한 임원과 사외이사진에 기인한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전 대구지방환경청장이 주식회사 영풍의 부사장으로 있고, 영풍그룹은 법무부장관, 환경부장관 출신은 물론 국무총리실, 국세청,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직 고위 공무원들을 사외이사로 임명했다. 국회 홍영표 의원실에 따르면 영풍그룹은 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율이 30대 기업 평균인 43%의 두 배에 이르는 80%에 달한다. 전직 관료를 활용한 민관유착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고위 관료 출신의 사외이사가 이렇게 많은데도 환경오염이 반복되는 것은 정부부처와 기업이 사외이사를 통해 결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1960년대 ‘이따이이따이병’으로 유명한 일본 동방아연이 더 이상 가동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그 기술력이 그대로 전수되어 1970년 낙동강 최상류에 영풍제련소가 들어섰다. 당시는 태백에 광산이 존재했었고 그곳에서 아연의 원광석이 채굴되고 있어 권력을 등에 업은 영풍이 제련소를 차릴 수 있었다. 그 당시는 환경의식도 거의 없던 시대였고 먹고 사는 문제가 지상의 명제였던 시절이라 그럴 수도 있었다지만 원광석이 그곳에서 더 이상 채굴되지도 않고 환경과 인권의 중요성이 크게 강조되고 있는 현재에도 낙동강 최상류에 거대 환경오염공장이 그대로 가동되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 따라서 이 문제는 막강한 로비력을 가진 영풍그룹이라는 점을 감안 해당 지자체나 환경단체뿐만 아니라 학계, 언론계, 법조계를 포함하여 전방위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고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려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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