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 때 이조판서 오유겸이 같은 집안 출신을 벼슬자리에 천거했다. 왕이 물었다. “경이 천거한 사람은 어떤 인물인가?” “신의 집안 출신으로 맡은 바 소임을 다할 수 있는 자입니다” 왕은 이조판서 체면을 봐서 그가 천거한 사람에게 벼슬을 제수했다. 그리고 나서 왕은 저녁에 신하들과 술자리를 함께 했다.

술기운이 거나해지자 오유겸이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왕이 그 까닭을 물었다. “나라가 망하려 해서 웁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신이 친인척을 천거했는데 그 사람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사사로운 정이 개입된 것입니다. 신은 전하께 친척이라고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도 전하께서는 신을 꾸짖지 않고 벼슬자리를 제수하셨습니다. 이는 신이 먼저 정도(正道)를 잃었고, 전하 또한 정도를 버린 것입니다. 이러고도 나라가 망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정실인사, 코드인사는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있다는 통렬한 충언이었다.

“오늘날 군자라고 불리는 자들은 입으로는 늘 능력 있는 인물을 등용했다고 말하지만 막상 위정자가 되면 그런 인물을 쓰려 하지 않는다. 가령, 위정자가 돼지를 잡아 요리할 때는 반드시 요리 잘하는 요리사를 쓴다. 이처럼 하찮은 가축을 잡아 요리하는 데는 재간이 없는 자를 쓰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는다. 그런데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 능력보다는 연고 관계를 더 중히 따진다. 위정자에 있어 나랏일은 가축들에 비해 아무렇게 해도 좋다는 것일까. 작은 도리는 분간할 줄 알아도 큰 도리는 분간할 줄 모른다. 이런 위정자는 말 못하는 사람을 외교사절로 쓰고, 듣지 못하는 사람을 악사로 채용하는 것과 같다” 묵자의 코드인사에 대한 경고는 문재인 정부 인사에 대한 경고로도 들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단행한 경제팀의 투톱인 경제부총리와 청와대정책실장의 교체 인사가 역시 코드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시장의 신뢰를 받는 인물이 인선 되기를 바랐던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 윗돌 빼서 아랫돌 괴고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언 발에 오줌누기 식 미봉책 인사로 비쳐 졌다. 성장동력은 떨어지고 경제는 내리막길인데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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