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생일 파티 후 방위산업체로 복귀 앞두고 비극적인 선택
대구 달서署 "신변 비관 추정"…존속살해 혐의로 구속영장 신청

달서경찰서.
4주간의 기초 군사 훈련을 마치고 생일파티를 가족과 함께 한 A씨(20)는 아버지(53)와 잠이 들었다. 18일이었다. 다음날에는 군 복무 대신 선택한 경남 창원의 방위산업체로 복귀를 앞두고 있었다. 19일 0시 35분 비극이 벌어졌다. A씨가 아버지의 어깨를 흉기로 찌른 뒤 목을 졸라 살해했다. 옆방에서 여동생(17)과 자던 어머니(51)를 부른 뒤 복부 등 6곳을 찔렀다.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숨졌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어머니는 목숨을 건졌다.

여동생의 신고로 A씨를 붙잡은 경찰은 범죄분석 면담관을 투입해 1시간 30분에 걸쳐 범행동기를 물었지만, A씨는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 동기는 말하기 싫다”고 버텼다. 달서경찰서 관계자는 “추정일뿐이지만, 처지를 비관한 범죄 같다”고 했다.

대구의 특성화 고교를 졸업한 A씨는 지난해 1월부터 창원의 공장에서 근무했고, 이 업체에서 군 복무와 직장생활을 병행할 예정이었다.

아버지는 4년 전 신장장애 2급 판정을 받았고, 2년 전에는 어머니마저 유방암 투병을 시작했다. 달서구청에서 나오는 생계비와 장애급여 등으로 133만 원, 자신이 직장에서 버는 돈 260만 원으로 네 가족 생계가 이어졌다.

사실상 가장 역할을 하면서 부담을 크게 느꼈을 것이라는 추측만 나올 뿐이다. 경찰은 A씨의 직장 동료와 기숙사 룸메이트에게서 “말수가 적지만 성실하고 평범했다. 부모에게 몹쓸 짓을 할 친구가 아니다”라는 답변만 들었다.

범행동기는 미궁에 빠진 채 경찰은 이날 A씨에 대해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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