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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용섭 전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지난 11월 15일 2019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되었다. 이번 수능은 이의신청만 해도 991건이나 되는 등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만이 많다. 신문에 소개된 국어시험 문제를 필자가 연구해 보아도 가닥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난해하였다. 무슨 퀴즈를 푸는 것 같이 어려웠다. 국어는 주로 문학에 속하는 영역이다. 그런데 그 문제는 문학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수학이나 과학문제와 가까웠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말 그대로 대학에 입학하여 과연 그 대학이 요구하는 소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할 능력이 있는가를 심사하는 시험이다. 국어시험은 그에 필요한 국어의 이용 및 사용능력이다. 그러므로 그 정도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활을 영위할 정도의 수준을 갖추었나를 평가하면 되는 것이다. 다른 과목도 그와 같을 것이다.

오늘의 대학입시제도와 학교 공부를 논하다 보니, 옛사람들의 교육제도가 떠오른다. 비교가 되는 것이다. 중국의 고대에는 시교(詩敎)와 예교(禮敎)와 악교(樂敎)를 중요시했다. 시 세 가지로써 선비의 기본적인 교양을 쌓는다고 보면 된다. 시(詩)는 풍아송을 말하는데, 주(周)나라시대 민간에 널리 불려지던 노래가 풍(風)이요, 궁중에서 손님맞이나 연회에서 쓰던 노래가 아(雅)이며 각 제후국에서 종묘의 제사를 지낼 때 부른 노래가 송(頌)이다. 공자는 당대 전국에서 불려지던 풍아송 1천여 수에서 305수를 뽑아 제자에 대한 교육교재로 개발하였으니, 그것이 바로 시경(詩經)이다. 따라서 시경은 바로 시집이면서 가요집이다. 이 시경의 노래는 없어졌는데, 주자가 ‘풍아십이시보(風雅十二詩譜)’를 만들었고 이를 박연이 판독하고 음악으로 재현하여 궁중이나 향교 등에서 연주하였던 것이다. ‘풍아십이시보’ 가운데 녹명 3장 같은 것은 향교의 향음주례나 경로연에서도 연주되었다. 시는 곧 노래이며 노래에는 기악이 따른다. 노래와 악기의 반주가 있으면 자연히 흥이 일어나고 손과 발이 움직이는 춤이 나온다. 이것이 무용이다. 이처럼 시(詩)와 가(歌)와 악(樂)과 무(舞)는 하나의 교육학습세트로 일관된다. ‘소학(小學)’에 이르기를, 열세 살이 되면 작시(勺詩)를 외우고 작무(勺舞)를 배운다. 성동(成童)이 되면 ‘상무(象舞)’를 배우고 활쏘기와 말타기를 배운다. 스무 살이 되면 관례를 하고 ‘대하(大夏)’란 시를 외우면서 ‘대하’의 춤을 춘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선비의 가장 기본적인 교양은 시를 배우고 익히는 것인데, 이에는 자연히 노래공부와 악기의 연주, 무용이 포함된다. 그다음에는 예절을 배우고 마지막으로 정식의 음악을 배우고 연구하게 한다. 그래서 시교, 예교, 악교라 하는 것이다. 이 셋을 갖추면 교양 있는 사람이 되고 선비라 일컬어진다.

현대교육은 교육목적과 교육방법, 교육내용, 교육과정, 교육평가 등이 체계적으로 갖추어져 있다. 교육 내용에 있어서도 과학적사고와 지식을 넓힘은 물론, 창의성 교육과 인성교육을 병행해서 실시한다고 한다. 그러나 과연 교육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매우 의심스럽다.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 시를 읊거나 지으며 그 의미를 논하는 문학성, 예절 바르고 사회에서의 책임을 다하며 남을 배려하는 공중도의 등 민주시민으로서의 교양이 교육과정에서 얼마나 함양되는지 모르겠다. 옛 제도라고 무시하지 말고 시(詩)에 관한 교육이라도 철저히 하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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