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뼈와 살이 터져도 끊을 수 없는 형제이자 피로 이어진 가족이다” 지난 2015년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과 대만 총통 마잉주의 회동 ‘시마회(習馬會)’에서 시 주석이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강조했다. 양안(兩岸), 즉 타이완 해협을 두고 서안과 동안으로 마주 보는 중국과 타이완의 정상이 만난 것은 1945년 8월 29일 충칭에서의 국민당 장제스와 공산당 마오쩌둥의 ‘장마오 담판’ 이후 66년 만의 대좌였다. 장마오 담판은 골육상쟁을 피하기 위한 평화 회담이었다.

장마오 담판의 골자는 국민당의 지도성 인정과 군대의 국가화였다. 당시 국민당은 400만 명 이상의 병력을 보유, 100만 명 남짓한 군사력의 공산당을 압도했다. 그러나 일본 군국주의와의 전쟁 이후 국공내전은 결국 1949년 10월 1일 신중국 건국으로 공산당이 승리한다. 공산 중국은 1971년 유엔 상임이사국의 지위에 오르면서 국제사회에서 타이완의 입지를 줄어 들게 만들었다. ‘하나의 중국’을 내세우는 중국의 압박으로 양안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17일 타이완 타이베이에서 열린 제55회 금마장 영화제 시상식에서도 양안 갈등의 양상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 영화제에서 2014년 양안 서비스 무역협정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의 국회 점령 시위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작품상을 받았다. 감독 푸위는 “어느 날 우리나라(타이완)가 진정 독립된 개체로 인정받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타이완 독립을 주장한 푸위 감독의 발언으로 시상직장이 돌연 얼어붙었다.

이 같은 독립 주장에 반발해 영화제 심사위원인 중국 여배우 궁리는 예정됐던 최우수 작품상 시상을 거부했다. 이에 반해 영화 ‘와호장룡’, ‘블록백 마운틴’ 등을 만든 대만 출신 리안 감독은 “무엇을 말하고 싶으면 무엇이든 말할 수 있다”며 푸위를 옹호했다. 최근 탈세로 비밀 조사를 받고 거액의 벌금을 납부한 중국 배우 판빙빙은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 “중국은 점 하나라도 작아질 수 없다” 는 글과 함께 타이완과 남중국해 도서를 모두 중국 영토로 표기한 지도를 올려 중국 정부에 아부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지만 피보다 강한 것이 권력임을 증명하는 것이 중국 역사인 것을 보면 양안 갈등도 심상치 않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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