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민대학 인생백년아카데미 초청 특강

대구시민대학 인생백년아카데미 하반기 네 번째 강사로 나선 박영석 (재)대구문화재단 대표가 20일 ‘문화예술로 웃는 대구’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금융권 출신으로 35살에 창업해 목표치인 10배가 넘는 600억 원 이상의 돈을 번 71살의 지인이 "돈을 원 없이 벌었는데 뭔가 허전하고 행복하지 않다"고 푸념하더라. 돈은 행복해지기 위한 수단일 뿐이고, 돈이 없다고 불행한 건 아니다. 행복해지는 수단 중에 문화예술이 으뜸이다. 대구시민대학 인생백년아카데미 하반기 네 번째 강사로 나선 박영석 (재)대구문화재단 대표는 20일 대구시청 별관 강당에서 ‘문화예술로 웃는 대구’를 제목으로 내건 특강에서 이렇게 문화예술을 강조했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소크라테스와 점심을 함께할 수 있다면 애플의 기술력을 모두 내놓겠다"고 한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돈보다 문화예술이 더 소중하다는 이야기도 보탰다. 박 대표는 "최첨단의 의료서비스를 받아서 질병이 치유되더라도 마음은 치유되기 어려운데, 문화예술을 통해서는 마음이 건강해진다"며 "문화예술이 근본적인 복지가 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석 대표는 부쩍 쌀쌀해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구시민대학을 찾은 300여 명의 시민에게 따끔한 질책부터 했다.

그는 "대구사람들이 소중하고 대단한 도시인 대구를 저평가하고 있다. ‘대구 먹을 게 뭐가 있노’ ‘대구 갈 데가 어디 있노’ 등의 방식으로 이렇게 스스로가 먼저 외면한다"며 "대구가 품은 대단한 것들을 들여다보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은 채 대구를 깔보는 풍토부터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김춘수 시인의 시 구절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라는 나태주 시인의 시 구절을 예로 든 박 대표는 "자부심 거리와 자랑거리가 엄청나게 많은 대구의 속살을 대구시민들부터 먼저 들여다보고 사랑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대표는 대구가 배출한 문화예술인을 비롯해 대구의 자랑거리를 알리는 데 공을 들였다.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로서 작곡가 박태준, 성악가 하대응 등 수많은 음악인을 배출했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에서부터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2·28민주운동, 국립묘지로 승격된 신암선열공원 등을 일일이 설명했다.

대구시민대학 인생백년아카데미 하반기 네 번째 강사로 나선 박영석 (재)대구문화재단 대표가 20일 ‘문화예술로 웃는 대구’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좌석점유율 93%를 웃도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와 전석 매진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대구오페라하우스와 계명아트센터 등의 명품 문화시설, 컬러풀대구페스티벌과 치맥페스티벌, 동아시아보자기축제 등 대구가 가진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박 대표는 "대구시민들의 문화예술 사랑은 끝이 없다"며 "민족시인 이상화에서부터 천재 화가 이인성, 소설가 이장희와 현진건, 성악가 현제명 등 무수히 많은 대구 출생 문화예술인들이 문화예술도시 대구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는 사실도 늘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구절초나 감국 등 정확한 이름을 놔두고 그냥 들국화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구절초나 감국이라는 이름을 제대로 불러줬을 때 그 꽃의 의미와 가치가 완전히 달라진다"면서 "문화예술도 마찬가지로 아는 것만큼 보이고, 넓고 깊게 파야 한다. 대구와 대구의 문화예술을 제대로 누릴 때 행복해질 수 있다. 100세 시대에는 덤으로 더 사는 30년을 행복하고 즐겁게 보내는 데 꼭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방탄소년단이라는 한류 문화 콘텐츠 하나가 현대·기아자동차 1년 치 영업이익인 1조5000억 원 남짓보다 더 많은 2조 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서 보듯이 문화예술은 매우 중요하고,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구와 대구의 문화예술에 자부심을 갖고, 꾸준히 대구를 자랑하고 사랑하자"고 주문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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