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jpg
▲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인천 연수구에 사는 중학생이 동급생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한 끝에 목숨을 잃었다. 사망한 학생은 러시아인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 때 부모가 이혼한 한부모 가정의 일원이었다. 그래서 더욱 고통스럽게 다가온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피해 학생이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했다는 증언도 있다. 피해 학생은 하루하루의 삶이 얼마나 괴로웠겠는가. 피해 학생에겐 학교도 사회도 안전하지 않은 곳이었다.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인천 중학생 사망 사건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힘센 청소년들이 힘없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집단으로 괴롭히고 폭력을 행사하며 차별과 배제를 실행에 옮긴 사건이다. 피부색이 다르고 겉모습이 다르고 한국어가 서툰 ‘다문화 가정’의 동료 학생을 대상으로 삼았다. 학생들이 한 행동은 낯선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가 그러했다.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은 어른들을 보고 배운다.

한국사회는 재산의 많고 적음, 소득의 많고 적음, 학력의 높고 낮음, 거주하는 아파트 평수에 따라 서열화된 사회다. 부와 재산, 사회적 지위가 양극화된 사회다. 어느 나라도 차이가 없는 사회는 없을 것이다. 그 차이가 개인의 노력에 따라 극복할 수 있는 정도인지 구조적 차이여서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해낼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는지가 중요하다. 한국사회는 계층 간에 구조적 차이가 발생하여 차이가 차별로 연결된다. 차별은 혐오와 배제로 이어진다.

한국사회는 다름을 다름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름을 이유로 차별을 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계층의 다름이 가장 큰 문제지만 출신 지역이 달라도 곧장 차별로 연결된다. 한국 사회 전체가 그러한데 학생들보고 “너희들은 그러지 말라”고 말한다고 받아들여질까.

약육강식의 정글 자본주의, 협력이 아닌 경쟁 중심의 사회, 적자생존의 법칙이 통용되는 사회, 혐오와 차별이 일상화된 사회, 힘이 숭배의 대상이 되는 사회, 서열 의식이 체화된 문화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학생들 사이에서 차별과 배제 그리고 혐오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교육의 기조가 바뀌어야 한다. 국·영·수 중심의 경쟁 교육에서 인권 중심의 공동체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피해 학생이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면 피해 학생이 다닌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직원들은 무엇을 하였는지 궁금하다. 부모가 자녀를 학교에 보낼 때는 안전하게 학교생활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학교가 늘 괴롭힘당하고 늘 폭력에 노출되고 늘 불안한 곳이라면 학교는 존재의 의미가 없어진다. 해당 초등학교, 중학교의 교사와 다른 교직원들, 교육 당국은 책임을 크게 느껴야 한다. 피해 학생 어머니에게 진정어린 사과를 해야 하고 똑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처절하게 반성해야 한다.

사회가 잘못되었다고 해서 가해 학생들의 행동이 용서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피해 학생의 생명을 뺏는 결과를 낳았고 어머니에게 너무나 큰 고통을 안겨 주었다. 사람의 생명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한번 목숨을 잃으면 영원히 다시 돌아올 수 없다. 자신들의 목숨이 소중한 것처럼 피해 학생의 목숨도 소중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차별과 배제가 없는 세상을 만드는 노력과 동시에 소년법 개정작업도 진행해야 한다. 소년법은 여러 예외를 인정하고 있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다. 일부 청소년들은 처벌이 약한 소년법을 의식하고 범죄를 용감하게 실행하는 경우조차 있다. 14세로 되어 있는 처벌 면제 연령 상한을 낮추고 14세 이상 18세 미만 청소년에게 형별을 가볍게 하는 조항도 개정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