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헤움이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진실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들만의 진실 없이 공동체를 유지해 나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모든 주민들은 의회의 현자들과 함께 광장에 모여 긴 토의를 벌였다. 난상토론 끝에 누군가를 보내 진실을 구입해 오도록 결론을 내렸다.

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벨라루스공화국의 브제시치로 한 마부를 보내기로 했다. 마부는 쉬지 않고 마차를 달려 저녁 무렵에 어느 여관에 도착했다. 여관 주인은 마부에게 “어디서 오느냐?”고 물었다. “헤움에서 왔습니다. 우리 마을 공동체를 위한 진실을 사기 위해 브제시치로 가는 길입니다” “진실을 사러 간다고요?” 여관 주인은 의아해서 마부에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다른 도시와 마을들에는 그들만의 진실이 있는데 헤움에는 우리만의 진실이 없기 때문에 구하러 갑니다.”

여관 주인은 어리숙하게 보이는 마부에게 말했다. “당신이 찾고 있는 진실을 내가 팔 수 있소.” “정말입니까? 값이 얼마입니까?” 마부는 멀리 떨어져 있는 브제시치까지 가진 않고 중간에서 진실을 살 수 있게 여관주인을 만난 것은 신의 도움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진실을 큰 항아리 당 500탈러(유럽 여러 나라에서 사용하던 은화)입니다.” “지금 저는 그만한 돈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마을로 다시 돌아가 마련해 오겠습니다.” “좀 비싸긴 하지만 좋은 진실일수록 비싸다는 것을 헤움의 현자들도 다 알고 있겠지” 헤움으로 돌아온 마부는 그간에 있었던 일을 보고했다.

다시 광장에 모인 주민들과 의논한 끝에 비싸긴 하지만 진실 없이 공동체를 운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헤움의회는 진실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마부가 사온 진실의 항아리를 온 마을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의회 의장이 뚜껑을 열고 냄새부터 맡아보았다. 코를 움켜쥔 의장이 “구린내가 난다”며 소리쳤다. “진실은 원래 구린내가 난다”며 마을 주민들도 맞장구쳤다.

류시화가 쓴 ‘인생 우화’ 속에 실려 있는 우화다. 전 정권 인재의 씨를 말리고 있는 적폐청산 진실의 뚜껑을 열면 어떤 냄새가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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