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성일 편집부국장
계절은 또다시 가을을 지나 겨울로 치닫고 있다.

‘가을’과 ‘겨울’, ‘계절’과 ‘계절’의 사이엔 ‘빛’과 ‘어둠’이 교차한다.

‘한반도 평화’와 ‘우울한 경제’가 그것이다.

지난해만 해도 상상도 못 했을 남북과 북미회담으로 이어지는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가 진행 중이다.

반만년의 역사 동안 고작 70여 년 동안 분단의 세월을 보내고 있지만,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세대들은 영원히 분단된 한반도에서 살아온 느낌이다.

‘도깨비 뿔’의 반공 교육을 받고 휴전선 철책 넘어 아득하게 펼쳐지는 북한 땅을 바라보며 통일은 요원한 현실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올해 들어 한반도 비핵화 논의가 ‘언어’에서 ‘행동’으로 이어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다.

‘불가능’으로만 여겨졌던 현실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하고 있다.

판문점과 평양, 그리고 싱가포르는 역사의 현장이 됐다.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만 해도 전쟁 위기로 불안했던 한반도가 불과 1년만인 올해 들어 남북과 북미정상회담 등 비핵화 논의가 전광석화처럼 펼쳐졌다.

“이러다가 가까운 시일 내에 통일되지 않을까”라는 희망과 “이념과 체제가 다른 북한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교차하고 있다.

통일로 향하는 ‘꿈’이 ‘현실’로 다가오는 느낌이나, ‘또다시 속는 것 아닐까’라는 우려는 당연하다.

자유민주주의체제에서 북한과 대처해온 세월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다.

문제는 ‘희망’이나 ‘우려’가 ‘통일 한국’을 지향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정’(正)과 ‘반’(反)으로 치달을 게 아니라 ‘합’(合)으로 귀일(歸一)해야 한다.

기득권을 가진 세력이 지금 체제가 만족스럽다고 우려를 증폭해선 안 된다. 그렇다고 통일 지향세력이 현실을 무시한 장밋빛 미래만 강조해서도 안 될 일이다.

‘보수’와 ‘진보’로 대표되는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야 우리의 미래는 밝아온다.

‘통일’이라는 대전제에 방법론을 논의해야 한다. 이제 다시는 ‘통일’과 ‘반통일’로 나뉘지 말자. 그러기 위해선 정부가 외교에 기울이는 노력만큼 국내 정치가 통합의 정치를 끌어내고, 진보와 보수가 통일을 향한 쌍두마차가 될 수 있도록 담대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러나 통일로 향하는 원대한 꿈도 경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한국 경제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거의 모든 산업의 경기가 내년에 ‘침체’나 ‘후퇴’에 빠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고용과 실업률 등 각종 경제지표는 최악이다. 철강과 자동차, 조선의 침체로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하청업체도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자영업도 경기 침체에 이어 최저임금 상승 여파로 폐업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들의 생존을 위한 아우성은 화려한 정치에 가려져 있다.

남북 관계 개선으로 인한 북방 경협이 지금의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을 하지만, 이 전망이 포장되거나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이 나오면 이들의 아우성의 물결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올해 말이나 적어도 내년도 초쯤이면 한반도 비핵화 논의가 ‘진전’이냐 ‘복귀’냐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에 따라 현 정권은 물론 한반도의 운명도 결정된다.

곽성일 편집부국장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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