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방비가 우리 돈으로 1000조 원에 가깝다고 해서 미국을 ‘천조국(千兆國)’이라 한다. 미국의 올해 국방예산이 약 7000억 달러로 한화 830조 원에 이른다. 이 같은 미국 국방비는 세계 국방비 순위 2위부터 10위까지를 다 합친 것과 비슷하다. 10위까지의 국가에는 G2라 불리며 미국과 패권 다툼하는 중국은 물론 러시아, 독일, 프랑스, 일본, 영국 등이 모두 망라돼 있다.

‘천조국’이란 용어는 동음 이의어 ‘천조국(天朝國)’에서 나온 것이다. 왕조시대에 조공을 받았던 중화제국을 가리키는, 중국을 섬기고 따른다는 복종적 용어였다. 중국을 천자가 다스리는 나라라는 뜻으로 ‘천조(天朝)’라 불렀던 것인데 지금의 미국의 가공할 국방비를 빗대 ‘천조국(千兆國)’이라 부르는 것이다.

1000조는 1의 오른쪽에 0이 15개나 붙는다. 1000조 원이 얼마나 되는 지 재미로 풀어 놓은 것을 보면 연봉 8000만 원을 받는 대기업 직원이 한 푼 쓰지 않고 1250억 년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엄청나게 수가 많아서 그 실체적 수를 가늠할 수 없는 부지기수(不知其數)에 가까운 ‘1000조’라는 말이 우리나라 현실 경제와 관련해서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가계 빚 1500조 원’, ‘땅값·집값 1000조 원 상승’ 등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3분기 가계 빚이 1514조4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경제활동인구(2807만9000명) 1인당 가계 빚이 5400만 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1000조 원이 넘는 가계 빚이 향후 저소득·저신용 취약계층 가계대출 부실화로 이어져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 정동영 평화민주당대표는 문재인 정부 1년 반 사이에 서울 집값이 500조 원 올랐고, 전국을 합치면 1000조 원의 거품이 생겼다고 했다. 땀 흘리지 않고 번 돈이 1000조 원이라는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며 경제 기치로 내 건 ‘소득주도성장’은 소득 양극화와 불평등을 오히려 심화시키고 있다. 빚과 부동산의 ‘1000조국’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성급하고 일방적인 밀어붙이기 경제정책의 폐해가 심각하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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