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만에 다시 찾은 경주, 가슴 설레요"

‘2018 할매할배 추억이 신혼여행’에 참가한 30쌍의 어르신들이 25일 불국사를 찾아 옛 추억을 더듬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제사정이 여의치 않아 많은 곳을 구경도 못하고 하룻밤만 자고 돌아왔습니다”

25일 오후 2시 서울에서 KTX를 이용해 신경주역에 도착한 박경운(71) 어르신 부부는 다소 쌀쌀한 날씨지만, 두 손을 꼭 잡은 채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지었다.

1973년 6월 24일 결혼식을 올린 후 신혼여행지로 찾은 경주를 45년 만에 다시 찾은 감회가 가슴 가득히 솟아올랐기 때문이다.

많은 세월이 흘러 즐거웠던 신혼여행의 추억은 희미하지만, 오랜만에 옛 추억을 더듬으며 신혼여행지를 걸을 생각에 벌써 가슴이 설레고 두근거란다.

이날 울진에서 아침 일찍 출발해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 노명환(86), 정정숙(78) 어르신 부부도 천년고도 경주 땅을 밟자마자 가슴이 설레기는 마찬가지다.

사정상 결혼식도 간단하게 올린 처지라, 신혼여행은 생각지도 않은 채 차일피일 미루다 지금까지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이들 어르신처럼 70~80년대 결혼해 결혼 30년 이상 된 전국의 부부들에게 고품격 제2의 신혼여행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2018 할매할배 추억의 신혼여행’ 행사가 25일부터 27일까지 2박 3일간 경주시 일원에서 진행된다.
‘2018 할매할배 추억이 신혼여행’에 참가한 어르신들이 25일 첫 여행지로 불국사를 방문하고 있다.
전국의 할매할배 30쌍을 대상으로 경북도가 주최하고 경북일보 주관으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전국의 노부부들에게 경주 재방문 기회를 제공하면서 추억의 시간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로 네번째 열린 이번 할매할배 추억의 신혼여행 행사 참가자들은 우리나라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이름을 떨쳤던 예전 신혼여행 인기 코스를 둘러보며 제2의 신혼여행을 즐긴다.
‘2018 할매할배 추억이 신혼여행’에 참가한 전국의 어르신들이 25일 불국사를 찾아 옛 추억을 떠올리고 있다.
첫날인 25일에는 보문단지의 한 호텔에서 환영식을 가진 후 첫 여행 장소로 신혼여행 1번지인 불국사를 찾아 아련한 추억을 떠올렸다.

이들은 청운교, 백운교, 그리고 다보탑과 석가탑이 있는 대웅전 앞 등지에서 조금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새로운 추억을 만들었다.

처음엔 사진 찍는 것 마저 어색해 하던 일부 어르신들은 시간이 흐르자 서로 손을 맞잡고 불국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연신 카메라 버튼을 눌렀다.

불국사 관광을 마친 어르신들은 보문단지로 이동해 식사를 한 후 호텔에서 국악공연 관람과 사랑의 세족식 이벤트를 즐기며 신혼여행의 첫날밤을 맞았다.

부부가 서로의 발을 닦아주는 사랑의 세족식에서는 참가자들이 서로 발을 정성스레 씻겨주면서 세월의 흔적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둘째 날에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자 국보 제24호인 석굴암을 찾아 자비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본존불 앞에서 지난 세월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어 동해안으로 이동해 양남면 바닷가에 있는 천연기념물 주상절리를 찾아 자연의 위대함과 신기함을 몸소 체험해 본다.

돌아오는 길에는 삼국통일을 이룩한 문무왕의 호국정신이 깃든 이견대와 통일신라시대 절터인 감은사지를 들러, 관광해설사의 친절한 해설을 들으면서 신라천년의 숨결을 느껴본다.

이날 저녁에는 경주최고의 관광지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동궁과월지를 찾아 아름다운 야경을 가슴에 새기며 사랑과 낭만이 깃든 추억의 신혼여행을 즐기게 된다.

마지막 날인 27일에는 경주 대표 관광지 보문관광단지 산책길을 걸으면서 지난 3일간의 시간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을 갖고, 체험수기와 환송행사를 끝으로 각자 삶의 터전으로 떠난다.

김종한(76·경주시) 어르신은 “경주에 살고 있지만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번듯한 여행 한 번 다녀보지 못했다”면서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신혼여행을 56년 만에 할 수 있어, 집사람에게 미안했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됐다”고 소탈하게 웃었다.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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