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몸이 착해졌다
씻기면서 / 결국 이렇게 되었구나 하고,

노란 꽃들이 애기들처럼 뛰어다니던
불로동 고분군에서 처음 만났지
이곳까지 오는 동안 봉분처럼 오르락내리락하던 사랑

왼쪽 몸에 명령을 내리지 못하는 순간
아내의 몸이 착해졌다
이제, 내 맘대로 할 거야 내 맘대로
병원 샤워기에 두 사람의 눈물이 섞여 흘렀다

그날부터 온몸에 노란 꽃이 피었다
얼굴에서 젖무덤과 둔부의 무릎까지
그땐 몰랐지 노란빛이 밝고 밝아서

그날부터 가슴속에 노란 꽃이 피었다
눈빛에서 목구멍과 폐부와 위장까지
그땐 몰랐지 쓰리고 아파서 애써 감춘 그늘을




<감상> 노란색이 관상용인 금계(金鷄)의 빛깔처럼 금계국이 이제껏 강하고 예쁜 줄로만 알았습니다. 노란 빛이 너무 밝아서 아프고 쓰려 애써 감춘 그늘을 보지도 알지도 못했습니다. 아내의 병든 몸을 씻기는 순간, 부부의 눈물이 물에 씻겨 흘러갑니다. 이날부터 서로 젖어있기에 시인의 온몸에 노란 꽃이 피고 그늘을 알게 되었습니다. 함께 피는 금계국이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그늘진 곳에서 비바람을 견디듯, 부부에게 노란빛이 찬란하게 피어나고 사랑이 더 단단해지길 빌어 봅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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