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7일까지 영천 자양면 별빛갤러리 오감공예체험장

평화텃밭 이야기
조각가 오의석의 ‘촌(村) 다움의 미학’자연 생태 환경조형 설치전이 지난 23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영천시 자양면 포은로 별빛 갤러리 오감공예체험장에서 열린다.

고기 굽던 버려진 화덕에 상추와 배추를 심어 키우는 작품이 전시장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을에 거두어들인 칡넝쿨로 얼굴의 형상을 드로잉한 연작들과 절단된 과수목의 둥치와 가지로 구축한 ‘성곡에 살어리랐다’ 설치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작은 텃밭 농사에서 수확된 가지, 옥수수의 줄기와 뿌리를 말려서 아크릴 박스 안에 담은 전시한 작품도 보인다. 작가는 작업실 주위의 자연에서 얻어진 재료들을 고집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작업실 뒤뜰에 작은 텃밭을 가꾸면서 얻어진 수확들을 활용하면서 농사에 쓰인 괭이 호미 쇠스랑, 심지어 타작에 쓰이는 도리깨까지 설치 작품으로 전시장에 등장한다. 농촌의 환경과 일상이 고스란히 작업과 작품으로 표현되고 있어서 지역주민들에게도 매우 친숙하고 낯설지 않은 전시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의 배경과 소회를 팜플렛 ‘작가의 글’에서 소개한다.

영천 자양면 성곡리, 아름다운 청정마을 촌에서 작은 텃밭을 가꾸며 고목의 둥치와 잘린 가지, 마른 칡넝쿨을 벗 삼아 작업한다. 산을 세워 보고 강을 흐르게 한다. 물에 비친 얼굴을 그려도 본다. 조각가에게 촌은 늘 부요하다. 창조주의 숨결을 생생히 느끼면서 함께 동역이 가능한 곳, 그래서 자양별곡 성곡에 살어리랐다.

대지에 눈을 돌려 작업한 지 십여 년, 의성 춘산 골짜기에서 사과농사로 시작된 대지작업을 2015년 경산 진량 묘목단지에서 ‘접목’을 주제로 확장했고, 두 번의 실천적 사례연구를 기반으로 아트 포럼에서 ‘대지예술의 지형과 세계관’ 논고의 발제를 했다. 그 연장에서 ‘촌다움의 미학: 자연 생태 환경조형 설치전’을 가진다. 이 전시는 2년 전, 청정 자연마을에 자리 잡은 공예촌으로 작업실을 옮긴 이후에 모색해 온 작업의 결실이다.

지난봄, 작업실 뒤뜰에 두 평 남짓 텃밭을 일궜고 평화텃밭이라 이름 지었다. 잡초와 벌레들과 전쟁을 치루면서, 때로는 공존과 평화를 모색하면서 사진을 담고 기록을 남겼다. 농기구 몇 개를 묶어 세운 후 철조망으로 만든 하트를 걸어 작은 기념비로 삼고, 여름의 폭염과 태풍, 비바람을 견디게 했다. 가을에는 텃밭 주위의 나무를 타고 오르는 칡넝쿨을 조형재료로 거둬들였다.

무상으로 제공된 자연환경 모두가 작업의 터가 되고 재료가 되고 도구가 됐으니 자연재를 빚어준 흙과 물과 태양과 바람이 고맙다. 심지어 텃밭의 배추벌레까지도 조형의 일부를 담당해 줬다. 설치 작업에 차용해 쓴 농기구 오브제를 만든 장인들에게도 많은 빚을 졌다. 스물다섯 번째 가지는 홀로서기 개인전은 혼자가 아니다. 자양의 사람들과 성곡의 자연이 함께 빚은 작품이고 전시이다. 성곡의 조각가는 하늘의 은혜와 땅의 도움으로 산다. 별별마을 영천의 물과 자양의 햇볕과 성곡의 바람 속에서 작업한다.
평화텃밭 기념비
평화텃밭 이야기
자양별곡 ‘나무 소리’
자양별곡 ‘아바, 아버지의 심장’
자양별곡 ‘얼굴 드로잉’
자양별곡 ‘가지, 가지’
성곡에 살어리랐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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