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 말 왕랑이 반란을 일으켜 천자(天子)를 자처했다. 유수가 왕랑을 치기 위해 진군했다. 이때 하북성 태수의 아들 경감이 유수를 돕기 위해 유수가 있는 곳으로 떠났다. 가는 도중에 경감의 두 부하가 왕랑의 휘하로 가겠다고 나섰다. 경감이 대노, 이들을 꾸짖었다. “왕랑의 무리는 ‘오합지중(烏合之衆)’이나 다름없는데 내가 그들을 치는 것은 시들은 나무를 꺾는 것과 같아 왕랑을 곧 사로잡을 것이다. 어찌 사리분별을 못하고 멸문의 길을 가려고 하느냐?” 그러나 그들은 왕랑의 휘하로 도망쳤고, 결과는 경감의 말대로 됐다. 까마귀떼처럼 규율도 없고, 통제도 되지 않는 무리를 뜻하는 ‘오합지중’은 이 고사에서 비롯됐다.

요즘 자유한국당에서 벌어지고 이는 ‘콩가루 집안’ 꼴을 보면 한국당이 ‘오합지중당’이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지난 6월 지방선거 참패로 궤멸 위기로 치닫던 한국당이 기사회생은 고사하고 다시 궤멸의 길로 치닫고 있다. 과감한 인적 청산을 한다며 십고초려로 모셔왔다던 개혁의 칼잡이를 한 달 만에 문자 한 통으로 잘라버리고 보수 대통합과 전당대회 시기를 둘러싸고 계파 간의 이전투구가 가열되고 있다. 개혁도 못하고, 인적 청산도 못하고, 야당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자기 목소리도 내지 못하면서 자중지란만 계속되고 있는 한국당에 대해 개그콘서트의 ‘봉숭아학당’ 보다 못하다는 비난이 넘쳐난다.

비대위와 조강특위의 활동을 기대했던 보수 지지층들도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며 그 동안의 ‘희망 고문’을 자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가주의 비판’ 취임 일성으로 대여 투쟁에 뭔가를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무색무취한 행보도 보수층을 실망 시킨다. 한국당이 만성 고질병인 집안싸움을 고쳐보겠다고 외부에서 영입한 두 인사마저 한국당의 만성질환을 반복하는 꼴을 보였다.

정권 독주를 견제해야 할 제1 야당이 본업을 팽개치고 집안싸움에만 몰두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불경에 ‘사자의 몸을 먹어 치우는 것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사자 속의 벌레’라는 ‘사자신중충(獅子身中蟲)’ 경구가 있다. 한국당에 ‘사자신중충’이 너무 많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