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이 국민투표로 탈원전 정책 폐지를 결정했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 ‘롤모델’로 삼았던 타이완 국민이 국익을 선택한 것이다. 당장 26일 원자력 관련 학계는 일제히 ‘타이완의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며 우리도 탈원전 정책을 전향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국익이나 경제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반응이다. 같은 날 산업통상자원부는 타이완과 우리는 다르다며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자력학회가 제안한 탈원전 정책에 대한 공동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공동조사할 계획은 현재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그간 주요 국가 정책에 대해 공론화를 통해 방향을 정했다.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사회적 합의, 즉 공론조사를 통해 결정했고, 국가의 100년 대계인 교육의 방향을 정하는 대입제도에 대해서까지 공론조사를 통해 결정한 정부다.

그런데 왜 정부는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공론조사나 국민투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지 이해할 수 없다. 국가 내부적으로 탈원전 정책을 펴면서 대통령이 원전 세일즈 외교를 펼치는 불합리와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문 대통령이 27일 체코를 방문해 원전 수주를 위한 세일즈 외교에 나서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타이완은 원자력 발전 비중이 줄어들자 지난 여름 대규모 전력 부족 사태가 잇달아 터지고 화력 발전량이 급증하며 온갖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국민이 이상을 버리고 현실을 선택했다.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은 원전 확대와 유지에 찬성하고 있는 것이 이미 확인됐다. 올해 8월과 10월 두 차례 실시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량이 원전 확대 및 유지에 찬성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원전이 위험해 보이지만 ‘관리할 수 있는 위험’이란 합리적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의 탈원전 에너지 전환정책의 폐해도 크다.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이 퇴임하면서 “태양광·풍력 한다며 산 정상 다 쳐내, 현장에 가 보면 위기감을 느낀다”고 한탄했다. 태양광 패널을 깔기 위해 산림이 우거진 산을 마구잡이 훼손하고, 풍력발전을 한다며 산 정상을 까뭉개고 있어서 곳곳에서 주민들과 충돌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현실을 망각하고 이상을 좇다가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에너지 안보·수급 관리 측면에서 탈원전 정책은 되돌릴 수 없는 실책을 범하고 있다. 이웃 중국은 전국에 38기의 원전을 운영 중이고, 18기를 건설 중이며 2030년까지 100기 이상을 가동할 계획이다. 또한 3세대 원자로 연구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자칫 우리가 중국에 원전기술을 역수입해야 할 처지로 전락할지도 모를 일이다.

정부는 국가적으로 현재는 물론 미래 에너지 정책과 국가경제와 안보에까지 큰 영향을 끼칠 탈원전 정책에 대해 공론조사나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적 의사를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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