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만 제5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시 동상

▲ 김진혁作
쓸모없는 것들은 묵음으로 자신을 가두는 습성이 있다
쭉정이로 내몰아 매듭으로 묶어낼 줄도 안다
혼잣말들이 어디선가 부활한다는 소문도 있지만
겹겹이 껴입은 음계의 속을 모르고서야 어찌,


파 내려간 깊이만큼 돌아올 허공을 메우고 싶었던 사람들
변주곡은 한때의 유행일 뿐이고
연주자는 자주 바뀌었다
선을 벗어난 사람들은 싹둑싹둑 잘려나갔고
그때는 술에 취한 힘센 사내들도 맥없이 달아나야만 했다
웃자란 음표가 한 옥타브를 건너뛸 때마다
바람은 먹구름으로 음감을 조율해갔다


사막 같은 몸을 쑤셔대면 비명처럼 내지르는 추임새
노인은 이제 귀도 없다
낡은 손금에서 울리는 공명이 수상한 날의 악보 같았다
얽히고설킨 음률은 난청으로 자란 지 오래여서
선율의 비밀이 발설되는 법은 없었다


하늘이 높아질 때마다 증폭되는 계절
마디를 음각하는 노인의 손놀림이 바빠진다
악보에도 없는 사람들과 함께 불러보는 허밍
기록하지 못한 음표가 건반으로 몰려가다 자꾸 멈춘다


실바람이 불 때마다
페이지만 수시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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