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섭 시장 "한번더 생각"…이사장 "매월 수억의 적자 감수"

김충섭 김천시장(오른쪽)과 강병직 김천제일병원 이사장이 산후조리원 쳬업과 관련 문제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천시
인구 14만 김천시에 하나밖에 없는 김천 제일병원 분만·산후조리원 폐쇄 소식에 김천시가 술렁이고 있다.

제일병원 분만·산후조리원 폐쇄는 김천시의회가 지난해와 올해 산후조리원을 운영하는 분만 병·의원 지원 등을 내용으로 하는 김천시 출산장려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전부)개정조례안을 부결(보류)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하지만 이를 조례안을 통과하지 않은 의회 탓만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예산을 감시하는 의회로서는 병원이 정확한 적자 폭을 공개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병원 말만 듣고 공공의료원이 아닌 개인병원에 억대의 예산을 승인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로 인해 분만 및 산후조리원 정상화를 위해서는 제일병원이 먼저 폐업을 할 수밖에 없는 정확한 자료와 적자 폭을 의회와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올해 9월 제198회 김천시의회 제1차 정례회 기간 중 열린 개정 조례안 심사에서도 이우청 의원은 “진짜 제일병원이 분만실이 어려우면 우리가 지원을 해줘야 한다”면서도“지원해 주려면 지난해와 올해 한 달에 몇 명이 들어오고 적자가 얼마 되는지 근거 자료를 가져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7대 의회 시절인 지난해 12월 4일 제192회 김천시의회 제2차 정례회 당시 의회 자치행정위원회 박근혜 의원 역시 개정 조례안에 대해 “계속 이런 식으로 연간 1억 원씩 지원하다 보면 또 계속 적자가 나고 또 출산 수가 줄어드는 등 계속 악 순환되지 않을까”라며“그래서 또 해마다 요구하는 사항들이나 요구되는 금액이 점점 더 늘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우려도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기 의원은 “1년 동안 300명이 조리원을 이용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월 25명씩 조리원에 산모가 들어가는데 유지가 안 되느냐”며“구미, 김천 다 합해서 월 25명씩 받는 산후조리원이 그다지 많지 않은데 왜 운영이 안 된다고 하나”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우청 의원은 “김천시민들이 1년에 1100명 정도 분만을 하는데 제일병원에서 분만하는 400명만 혜택을 주면 나머지 산모들은 자기 돈 들여서 하느냐”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김천제일병원 산후관리센터 폐업 결정 소식이 전해지자 김충섭 김천시장은 지난 22일 강병직 김천제일병원 이사장과 면담을 했다.

김 시장은 “김천제일병원이 산후조리원 폐업을 결정하기까지 과정에 대해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하며 충분히 이해는 되나, 저출산이 국가 재난이라고 하는 상황에서 산후조리원은 지역에 없어서는 안 될 시설”이라며“의료인으로서 공공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고 폐업과 관련하여 한 번 더 생각해 주길 바라며 김천시도 그러한 여건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강 이사장은 “그동안 의료인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지역사회를 위해 공공의 역할을 해 왔다”며“특히 산후관리센터는 매월 수억의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지역 산모들에게 꼭 필요한 시설이기에 계속 운영했으나 너무나 몰라줘서 섭섭했으며 문을 닫지 말아 달라는 요청에 대하여는 생각해 보겠다”고 밝혔다.

김천시 관계자는 “조례안과 관련해 의회를 설득하기 위해 제일병원에 여러 차례 자세한 자료와 정확한 적자 폭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대답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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