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현장-구단스태프 불협화음…떠나간 팬심으로 몰락의 길
포항, 홈페이지 게시판 폐쇄 등 거듭된 불통으로 관객수 급감
포스코 일방적 인사도 팬들과 거리 멀어지게 하는데 '한몫'

프로축구 K리그1이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전남드래곤즈가 기업구단 사상 최초로 자동강등되면서 포스코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전남은 지난 24일 대구FC에 1-2로 패하면서 K리그 기업구단 사상 최초로 자동강등되는 수모를 겪게 됐으며,

그 화살이 포스코로 모아 지고 있다.

일각에서 ‘포스코가 축구단 지원예산을 대폭 삭감시킨 결과’라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공식적으로 똑같은 예산을 받고 있는 포항스틸러스가 2013년 K리그 최초 더블우승 등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전남의 몰락을 예산문제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그럼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전남 분위기를 잘 아는 사람들에 따르면 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첫 번째는 현장과 구단스태프간 소통부재이고, 두 번째는 팬 친화적인 팀이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즉 올해 지휘봉을 잡았던 유상철 감독이 필수 전력 보강을 요청했지만 구단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데다 시즌 초반부터 이어진 주력 선수들의 부상 러시, 그리고 월드컵 휴식기 중 전력보강에 나서지 않으면서 몰락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었다는 후문이 들리는 이유다.

포항이 올 전반기 강등권까지 내몰리다 월드컵 휴식기중 이진현·이석현·김지민·김도형을 영입해 대반전을 이룬 것과 대조를 보였다.

전남의 또 다른 문제점은 팬들과 멀어진 팀이라는 점이다.

전남은 창단초기 경기당 평균 관중수가 1만명을 훌쩍 넘는 인기구단으로 군림했지만 올해 평균 관중수가 4000명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 역시 전남드래곤즈는 K리그2 소속인 광주FC보다도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포항스틸러스 역시 전남의 전철을 밟지 않을 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포항은 지난 2011년 황선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2015년까지 5년간 절대강자 전북과 함께 K리그 최고의 팀으로 군림했다.

이 기간 동안 포항은 2012·2013 FA컵 2연패와 함께 2013년 K리그 우승까지 차지하면서 한국프로축구사상 최초의 더블우승을 이뤄냈다.

하지만 2016년 9위, 2017년 7위라는 성적표는 한국 프로축구 명가임을 자부해 온 포항스틸러스의 명성에 미치지 못했다.

다행히 올 시즌 후반기 대반전을 이루며 간신히 4위에 등극과 함께 4년 만의 ACL진출 가능성을 열어놓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문제가 심각하다.

포항은 지난 1998년 경기당 평균 관중수가 1만8162명을 기록한 뒤 시즌 성적에 따라 부침을 거듭했으며, 2011년에는 1만3681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평균관중수가 9801명으로 떨어진 뒤 2016년에는 8174명, 지난해에는 8071명(유료관중)으로 줄어들었으며, 올 들어서는 7000명선(유료관중)으로 떨어졌다는 후문이다.

최근 3년간 성적이 중하위권으로 떨어진 것도 원인이 되겠지만 또 다른 원인은 팬을 외면한 구단의 태도가 문제로 지적된다.

포항은 지난 2015년 포스코 부사장 출신의 김응규 사장이 부임한 이후 3년간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

성적도 떨어졌지만 지난 2007년 이후 2015년까지 팬 친화적이었던 팀 분위기가 팬 배척형으로 바뀐 것이 무엇보다 큰 문제였다.

포항은 지난 2016년 최악의 경기력으로 팬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홈페이지 리뉴얼을 이유로 들어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유게시판을 닫아 버렸다.

당시 포항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이용자가 많지 않고 페이스북 등 다른 SNS수단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겠다고 밝혔지만 팬들의 분노는 만만찮았다.

올해 부임한 양흥렬 사장 역시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 지 모르지만 여전히 팬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다 시즌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부랴부랴 팬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마음이 돌아선 포항팬들은 지난 25일 이동국·손준호·신형민 등 포항출신 스타가 즐비한 전북과의 빅매치가 벌어졌음에도 외면해 버렸다.

구단측은 올 시즌 첫 만석을 기대했지만 이날 스틸야드를 찾은 관객이 1만2000명을 넘지 못하는 초라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지난 2015년 포스코의 이해하기 힘든 포항스틸러스 사장 임명 이후 포항이 팬들과 멀어지는 프로축구단으로, 전남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 지고 있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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