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입 베어 물자 사과는 더 크게 아가리를 벌린다
썩어도 준치라더니! 나는 흠칫 물러난다
왜 사과는 표범이 되었을까
아니다 표범은 꼬리를 감추고 내 집에서 사과로 살아온 것이다
내가 칼로 네 동료 가죽을 벗겨낼 때에도
너는 발톱을 감추고 뒤에서 끝내 참았을 것이다
참다못해 오늘 내 목줄을 덮치려 한 것이다
나무를 잘 타는 사과의 피를 받았으니
해저물녘 나무에서 내려와 구한 먹잇감을 나무 위에 끌어올리고
사과꽃이 질 때까지 그 숨을 핥았을 것이다
온몸의 털을 밀고 포유류에서 식물 열매로 달려
너는 잎사귀 몇 장으로 흉한 몸을 가렸을 것이다
어떻게 그 수모를 견뎌왔나
멸종에서 한 알 사과가 될 때까지
<감상> 시에서 딱딱한 사물을 몰랑몰랑하게 만지면 동물화되어 나타납니다. 송찬호 시인이 동백꽃을 사자로 만들었듯이, 위의 시는 사과를 표범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누구나 사과를 베어 물지만 그 대상을 표범으로 본 사람이 없으니 새로운 상상력이 되는 겁니다. 포유류 동물인 표범이 식물 열매로 달려 시인과 자유롭게 노는 모습이 참 활달합니다. 어쩌면 사람도 현세에서 복을 많이 지으면 신전을 지키는 고목(古木)이 될지 모릅니다. 포유류와 식물의 관계에서 나아가 동물끼리도 수모를 견디면 가능해요. 가령 고래가 사람이 되든지 사람이 고래가 되든지 각자의 상상에 달렸어요. <시인 손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