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은환 에스포항병원 신경과 전문의

한 언론사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장 걸리기 두려운 병으로 암이 아닌 치매가 뽑혔다.

치매는 원인과 관계없이 뇌 기능에 문제가 생김에 따라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인지능력이 뚜렷하게 떨어지는 경우를 모두 포함한다.

하나의 질환이라기보다는 특정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일종의 증후군으로, 우리가 흔히 듣는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여러 원인 질환 중 가장 흔한 종류다.

일반적으로 본인 혹은 주변 가족이 증상을 의심하며 최초로 치매를 진단한다.

치매 환자들이 보이는 가장 일반적인 특징은 기억력 저하이며 그 외 판단력 장애와 충동 조절 능력의 상실, 빠른 성격 변화 등을 보인다.

원인 질환에 따라 기억력은 크게 떨어지지 않으나 성격 변화, 충동조절 장애 등이 주로 동반돼 정신 질환이나 성격 결함으로 오인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따라서 치매로 의심되는 경우에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적절한 진료와 상담을 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병원에서 치매를 진단하는 검사는 신경인지기능 검사와 뇌 영상 촬영 등이 있다.

최근에는 정부에서 치매 진단에 대한 부담을 적극적으로 줄여 이전에 비해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고 있다. 이렇듯 정부 차원에서 진단과 원인 질환 분류에 애쓰는 이유는 치매 중 일부는 회복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치매가 완치하기 어려운 퇴행성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환자가 약물치료 후 증상의 호전을 보이며 이에 따라 보호자의 사회적·경제적인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단, 약물은 초기에 사용하는 것이 효과가 뛰어난 만큼 치매는 조기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한 질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치매 치료는 일반적으로 기억력 호전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환자가 이전에 보이지 않았던 망상, 환각, 공격적 행동, 우울 등의 문제 행동을 적절하게 교정해줌으로써 환자와 보호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경우도 많다. 적절한 치료로 일상생활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만큼, 설령 주변의 가족이나 지인이 치매로 진단받았다고 하더라도 과도한 낙담을 하기보다는 꼭 빠른 상담과 치료를 시작하길 권장한다.

진료실에서 많은 치매 환자들을 만나지만, 치매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일종의 금기처럼 돼 있다.

환자가 충격을 받거나 우울감을 느끼게 되면 증상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처럼 매우 부정적인 의미로 통용되고 있는 치매라는 용어처럼, 사회적으로도 치매 환자와 가족이 적절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치매는 적절한 운동과 독서, 식단 관리 등으로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하지만 평균연령과 노인 인구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필연적으로 환자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질환으로 현재 65세 이상의 약 10%, 85세 이상의 30% 가량이 치매 환자로 추정된다. 즉, 누구나 치매 환자 또는 보호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치매 환자의 서툴고 느린 행동을 답답해하기보다는 따뜻하게 바라보고, 외면하기보다는 작은 도움을 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환자들에게는 사회와의 접점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발병 이후에도 가능한 오랫동안 사회생활을 유지하는 게 환자의 갑작스러운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어 치료적 의미에서도 중요하다.

우리 사회가 치매 환자를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구성원으로서 함께 보듬어 주는 환경을 만들어나간다면, 의학적으로도 더 적절한 치료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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