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을 둔다. 안과 밖은 경계를 허물고 비집고
죽음 생사를 넘어 꿈의 결로 스민다
항상 죽음에 가까우니 죽음의 잔영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제 만났던 네가 오늘은 죽음이 되어 곁에 머무르고
지나가 버린 것은 숨결로 스미어
바투 다가오는 것의 틈을 열어 떨고 있다
나는 죽음에 기대어 숨을 쉰다
호흡은 죽음의 손아귀에서 잠시 놓여나서 해안을 떠돈다
그렇게 죽음의 박자는 일당정지가 멈춘 해일이다
함 숨의 망설임 없이 저기 저문 건널목 그 너머에서
신호대기 중이다
언덕 위를 오르다 말고
죽음의 한 발자국이 내게로 다가오는 밤이 차다
오른발은 죽음을 향해 미소 가득 힘껏 페달을 밟는다
어둠에 눈 먼 겨울 한밤이 흔들린다
그렇게 죽음이 분다
내게로 혹은 네게로




<감상> 죽음은 잠시 틈을 둘 뿐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죽음은 정지가 멈춘 해일이거나 건널목 그 너머에서 신호대기 중입니다. 한번 발동이 걸리면 게으름 없이 부지런하게 겨울 한밤에 힘껏 페달을 밟고 찾아옵니다. 죽음이 오기 전의 한 호흡, 숨결이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전부입니다. 내게로 혹은 네게로 죽음이 그렇게 불어오는데도 천당이니 지옥이니 하면서 집착을 내려놓지 않는 게 인간의 모습입니다. 임종 시에 귀에 들리는 소리가 착한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남의 것을 빼앗았다면 한 번쯤 베풀고 떠났으면 합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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