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은 무죄 선고, 과실 충분히 입증 안돼

대장 내시경 검사 중 천공을 발생시켜 70대 여성 환자를 숨지게 한 의사가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무죄로 판단했다.

대구지법 제4형사항소부(서영애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경주의 한 내과 의사 A씨(49)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주에서 내과 병원을 운영하는 A씨는 2012년 6월 26일 B씨(72·여)에게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면서 대장 S 결장에 1㎝ 크기의 구멍을 내고도 이를 진단하지 못했고, B씨는 8월 3일 전대장염으로 인한 패혈증,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숨졌다.

재판에서 A씨는 대장 내시경 검사 1분도 안돼 발견한 암 덩어리가 시야를 가려 내시경을 중지했기 때문에 대장내시경 검사 과정에서 천공을 발생시킨 사실이 없고, 천공을 발생시켰다 하더라도 업무상 과실이 있다거나 천공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피고인에게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으로 요구되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뚜렷하게 위반한 과실로 천공을 일으켰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고, 천공 발생 이후 의료인으로서 요구되는 합리적인 진단 내지 후속조치를 하지 않은 현저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는 점 또한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피해자가 대장내시경 검사 직후 통증으로 대학병원에 이송됐고, CT 촬영 결과 내시경에 의한 장천공 의증으로 진단된 점, ‘천공이 대장내시경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짐작된다’는 봉합 수술 담당 의사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대장내시경을 시술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손상으로 천공을 발생시켰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또 당시 내시경 촬영 동영상을 확인한 결과 내시경 과정에서 발생한 자신의 과실을 감추기 위해 중단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피해자는 피고인의 내시경 시술 때 발생한 천공 때문에 대장 내부의 내용물이 유출되면서 복막염을 일으켜 패혈증과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여 대장 천공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생명과 신체를 맡긴 환자에 대해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행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지울 필요가 있으며,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받은 피해자와 유족에게서 용서를 받지 못한 데다 위로의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면서 “다만, 위험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전문적인 의료영역에서 발생한 사건이고, 천공 발생 부위의 특수성에 비춰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가 전적으로 피고인의 잘못만으로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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