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한 마음으로 빌면 한가지 소원 꼭 이뤄줘요

갓바위 오르는 길.
수능 전후, 입시 시즌인 지금 팔공산의 갓바위는 전국에서 온 많은 사람으로 붐빈다. 가벼운 등산코스이기도 하고 선본사와 동화사 등 사찰도 구경하고 갓바위에 소원도 빌 수 있어서 사시사철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다. ‘소원을 빌면 한가지의 소원은 꼭 이뤄준다’는 영험한 부처님은 이미 전국구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갓바위로 올라가는 주요 코스는 두 곳이다. 대구 쪽 방면에서 올라가는 길과 경산 와촌에서 올라가는 길이 있다. 와촌서 올라갈 때는 선본사 아래쪽 주차장에 차를 대야 한다. 선본사까지 약 900m의 도로와 인도를 걸어 올라가야 하고, 선본사에서 관봉 정상까지 약 1.2km 정도의 산길을 올라가야 한다. 편도 2km 남짓한 거리가 그리 길지는 않지만 경사가 제법 가파른 편이어서 오르는 길이 마냥 쉽지는 않다. 하지만 힘들면 천천히 가면 된다. 엄마 손을 잡은 어린아이도,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도 천천히 한 걸음씩 오르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오르는 길의 가판대.
오르는 길에 특산품과 각종 주전부리를 판매하는 가판대가 즐비하다. 특히 합격엿을 파는 노점이 눈에 띈다. 사실 이름만 그렇게 붙인 것이지 성분은 일반 제품과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다만 구매자의 정성과 마음이 그 차이를 만들 것이다. 수능시험을 치른 자녀가 있는 부모의 입장이라면 ‘합격’이라는 단어가 결코 가볍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상업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당분이 많은 엿은 산행 때 칼로리를 보충해줄 중요한 행동식의 역할도 한다.
계단길
계단을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한편으로는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저리 힘들게 오르막길을 오를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는 소원은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한 것이 아니다. 수능을 마친 자녀 또는 손자들의 대학 합격을 기원하고, 아들 또는 남편의 사업이 잘 되게 해달라고 빌고, 아픈 가족이 낫게 해달라고 두 손을 모으기 위해 저리도 힘들게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을 것이다. 한발 한발 내딛는 정성 하나 하나가 모여 반드시 하늘에 닿길 바랄 것이다.
삼성각 식수대
가파르던 계단은 삼성각이 있는 곳에서 잠시 멈춘다. 이곳에는 산신 등을 모시는 곳으로 불교가 토착신앙과 결합해 전해져온 흔적을 볼 수 있다. 삼성각은 사람들이 계단 오르기에 지칠 때 즈음에 위치해 방문객들에게는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식수대에서 마른 목을 축일 수도 있고, 자판기도 있어서 시원한 음료나 커피도 한 잔 할 수 있다. 한 잔당 500원이라는 다소 사악한 가격에도 힘든 산행 중에는 따뜻하고 달달한 믹스커피 만한 것이 또 없다.
점심 공양
이곳에는 공양간이 있어서 나그네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무짠지를 다진 반찬에 맨밥을 비비고, 밋밋한 시락국이 전부지만 산을 오르다 먹는 절의 공양밥은 진수성찬 부럽지 않다. 이곳을 찾는 이 누구나 무료로 밥을 얻어먹을 수 있지만 감사의 뜻으로, 그리고 이 넉넉함이 다음에 오를 사람들에게 베풀어지길 바라는 의미에서 공양간 뒤편의 시주단지에 지폐 몇 장을 넣는다.
삼성각 촛불 공양
촛불 공양을 올리는 곳에는 24시간 365일 촛불이 꺼질 날이 없다. 자녀의 합격, 가족의 건강과 미래를 밝히는 마음으로 초에 불을 붙이고 정성을 올리는 사람들이 줄을 잇기 때문이다. 수많은 촛불이 타오르고 있지만 그 하나하나에 담긴 기원과 바람이 어떤 것인지 알기에 종교를 떠나 그 앞에서 두 손을 모아본다.

산은 만추를 지나 겨울의 문을 들어섰다. 한여름 푸르렀던 나무도 울긋불긋해지더니 금세 모두 바닥에 내리 앉았다.
대팻집나무
앙상한 가지가 드러나자 산은 제대로 겨울 모양새가 난다. 그 와중에 대팻집나무의 빨간 열매가 삭막한 풍경을 장식한다. 한겨울 야생동물의 먹이가 될 수 있는 열매이기에 예쁘다고 꺾거나 따가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산에는 아무것도 두고 오지 않아야 하며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아야 하는 것이 기본 매너다.
관봉석조여래좌상
한참 계단을 올라 관봉(해발 850m) 정상에 올라선다. 관봉에는 머리에 갓을 올린 불상이 놓여 있는데 그 형태 때문에 갓바위라는 별칭이 붙었지만 정식명칭은 ‘관봉석조여래좌상’이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높이 4m의 거대 석상은 통일신라시대의 작품으로 보물 제431호로 지정돼 있다.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 자리에서 사람 사는 세상을 내려다보며 모진 비바람과 풍화에도 당당하게 버티면서 인자한 미소를 잃지 않는 모습이 영험해 보이지 않을 수 없다.
치성을 드리는 사람들.
갓바위 부처님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치성을 올리고 있다. 이 땅의 수많은 어머니와 할머니들이리라. 행여나 당신의 정성이 부족해 아이들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거나,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할 것을 염려해 이 높은 곳까지 땀을 흘리고 올라와 허리가 아파도 끊임없이 정성을 올리고 있다. 우리가 무탈하고 건강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우리네 어머니들이 올린 정성이 하늘에 닿아서가 아닐 것이다. 우리를 생각하는 정성과 마음 그 자체가 너무도 아득하기 때문일 것이다.
동전붙이기.
갓바위의 한쪽 벽에서는 사람들이 동전을 바위에 붙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이미 수십 개의 동전이 바위에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동전이 붙으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갓바위 부처님은 소원을 들어주는 다양한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갓바위의 기운을 받으려는 사람.
어느 중년의 방문객은 갓바위 부처님 한편에 있는 커다란 바위에 두 손을 붙이고 눈을 지그시 감고 있다. 팔공산의 커다란 바위와 부처님에게 기를 받기 위해서다. 영겁의 세월을 살아온 바위지만 거기에서 큰 기를 얻을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또 믿는 만큼 믿어지는 것이 사람이어서 과학은 접어두고 산의 기운을 받아가 본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기운을 뽑아갔겠지만 대자연은 늘 기가 넘친다.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 일상에서 탈출하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눈으로 마음으로 익혀 식견을 넓히기도 해왔다. 그런 여행의 패러다임이 점차 경험과 공감으로 넓혀지고 있다. 사람들은 여행의 볼거리와 먹거리 소비하고 그 경험을 각종 SNS에 올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자 한다. 적절하게 잘 포장되고 스토리텔링이 입혀진 장소는 트랜드가 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또 방문으로 이어진다. 몇 명의 블로거와 SNS 스타들에 의해 발굴이 되고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모이게 되고 점차 뜨거워지면 콘텐츠는 더욱 풍성해진다. 그렇게 뜨거워진 장소를 우리는 ‘핫플레이스’라고 부른다.
▲ 글·사진= 이재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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