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급격히 다문화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225만여 명(2018년 7월 말 현재)으로 전체 인구의 4.5%나 된다. 한국의 급격한 글로벌화와 결혼문화의 변화로 외국인과의 혼인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경북지역의 경우 다문화가정이 급격히 늘고 있고, 10년 새 다문화 학생 수가 5배나 급증했다. 경북 봉화의 도촌초등학교는 무려 40.8%의 학생이 다문화 학생이다. 경북 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경북도 내 다문화학생이 8199명으로 전체 학생 27만3336명의 3%나 된다. 이 중 초등학생이 6467명으로 전체 초등생 12만9305명의 5%다. 저학년일수록 다문화 학생 비율이 높은 것이다.

이렇게 다문화 가정과 다문화 학생 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한국 사회의 포용력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다문화 가정의 부모와 학생들이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차별이나 제약 없이 살아가게 조력하고 지원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당연한 도리이자 임무다. 국가는 물론 지자체, 교육 당국의 세밀한 보살핌이 있어야 할 것이다.

최근 인천 연수구에서 일어난 사건만 봐도 우리 사회가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갖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15층 아파트 옥상에서 동급생 4명의 집단폭행을 피하다 추락사 한 중학생이 다문화가정 자녀라는 사실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이 학생은 러시아 국적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다문화 한 부모가정 자녀였다. 아이는 초등학생 때부터 ‘러시아 엄마랑 사는 외국인’ ‘러시아 사람’이라 놀림을 당했고, 일부 동급생의 괴롭힘으로 인해 학교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겪다 급기야 목숨까지 잃었다. 다문화 학생의 참담한 죽음이었다.

다문화 가정 학생은 우리 사회에서 최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해야 할 약자들이다. 이들이 건강하게 사회인으로 성장해야 대한민국의 미래도 밝아질 것이란 것은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이들이 생활이나 진학, 진로 문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경북과 같이 다문화가정과 다문화 학생 수가 많은 지역에서는 더욱 각별한 관심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

전국적으로도 지난해 결혼 100쌍 중 8쌍이 다문화 가정이고, 다문화 가정 출생아 비중도 5.2%나 된다. 다문화 결혼도 7년 만에 다시 늘어 모두 2만2000건에 육박, 전체 결혼 중 비중도 8.3%에 이른다. 이렇게 다문화가정과 다문화 학생 수가 늘고 있지만 한국 사회가 여전히 이들에게 폐쇄적이고 다문화 학생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는 사실이다. 다문화 가정과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앞으로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이들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제도를 보완하고 정책과 재정을 투입해야 할 것이다. 시민들도 따뜻한 시선과 도움의 손길로 다문화 가정과 자녀들이 우리 사회의 훌륭한 일원이 될 수 있게 배려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