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둔 인도에서 농민 생활고 문제가 선거 판도를 좌우할 핵심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저소득을 견디지 못한 농민들이 전국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고 야당은 이를 정부 공격의 수단으로 한껏 활용하는 상황이다.

인도의 농촌은 전체 인구 13억5천만명 가운데 70%가량이 몰려 있어 각 정당으로서는 사활을 걸고 집중해야 할 ‘표밭’이다.

1일(현지시간) 힌두스탄 타임스 등에 따르면, 전날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는 전국에서 모여든 농민 수만 명이 국회의사당을 향해 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나렌드라 모디 정부를 향해 대출 탕감, 농산물 가격 인상 등 친(親) 농업 정책을 도입하라고 요구했다.

시위에 참여한 농민 팔 싱은 로이터통신에 “우리는 집권당 인도국민회의(BJP)에 표를 줬는데 반(反) 농업 정책으로 심한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시위대 가운데 일부는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친지의 사진은 물론 해골까지 들고 행진에 나섰다.

이런 시위는 타밀나두 주(州), 구자라트 주, 마하라슈트라 주 등 다른 지역에서도 열렸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유로 모니터에 따르면 현재 인도 전체 노동인구의 40%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인도 농업 분야는 2012년 이래 연평균 2.75%씩 성장하고 있으나 전체 경제성장률 7∼8%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농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에 그친다.

농산물 유통 인프라도 열악해 생산된 과일과 야채 중 40%가 유통 과정에서 버려지는 실정이다. 그 와중에 농산물 가격은 몇 해째 사실상 제자리를 맴돌고 있어 농업 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가뭄, 관개시설 부족, 생산성 저하, 은행 부채 등 여러 요인까지 겹쳐 인도 농부 상당수는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로 인해 인도에서는 1995년 이후 30만 명이 넘는 농부가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런 농민의 불만을 포착한 야권 세력은 이번 뉴델리 시위 현장에 총집결했다. 이날 시위는 좌파 농민단체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의 라훌 간디 총재는 이날 “야권은 농민 복지를 위해 헌신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법은 물론 총리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현장에는 간디 총재 외에도 아르빈드 케지리왈 델리 주 총리, 샤와드 파와르 민족주의회의당(NCP) 총재 등 수십명의 야권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간디 총리는 “여기 모인 여러 정당의 지도자들은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질 수는 있지만 농민과 청년 지원을 확대하는 데는 함께 힘을 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INC는 1947년 인도 독립 이후 지금까지 15번의 총선에서 10번 승리하며 인도 정치를 주도했다. 하지만 2014년 총선에서 BJP에 패배한 뒤 내년 총선에서 정권 교체를 노리고 있다.

BBC방송은 정치 전문가의 말을 빌려 “이번 시위대의 규모를 고려하면 이런 농민의 불만이 내년 총선에서 BJP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