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전국여성노동조합 대구경북지부 주최 ‘경북대학교의 성폭력 가해자 징계와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대구 북구 산격동 경북대학교 본관 앞에서 열렸다. 경북일보 DB.
10년 전 대학원생을 상습 성추행한 국립 경북대 교수가 검찰에서도 처벌을 피해갔다. 앞서 교육부도 2년의 징계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경고’ 통보만 했다.

대구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서창원)는 전임강사 시절인 2007년부터 1년간 대학원생 B씨(여)를 상대로 수차례 신체접촉을 하는 등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은 A 교수에 대해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은 형사소송법상 성폭력범죄의 친고죄 고소 기간은 1년인데, 이미 그 기간을 지난 점을 내세웠다. 또 당시 고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사유도 없었다고 불기소 처분 이유를 설명했다.

서영민 대구지검 1차장검사는 “피해자가 당시 박사과정을 밟는 대학원생 신분임을 고려하면 범죄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고소 능력이 없다고 할 수 없고, 겁을 먹은 상태에서 고소할 수 없는 상황도 아니었다”면서 “지적능력이나 사회적 유대관계를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불가항력의 사유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시민위원회에서도 만장일치로 공소권 없음 의견을 냈다”고 강조했다.

올해 4월 국립대 가운데 경북대에서 첫 ‘미투’ 폭로가 이어졌는데, 당사자는 A 교수였다. 교육부는 ‘경북대 성비위 실태조사’를 벌인 끝에 A 교수가 남녀고용평등법과 국가공무원법상 ‘중징계’ 사유에 해당하는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징계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A 교수에게 ‘경고’ 통보만 했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단과대학장이 2008년 11월 대학원생의 성추행 신고를 접수하고도 이를 상담소에 이송하지 않아 학내규정을 위반했다. 단과대학장과 대학원 부원장 2명은 사건 조사 권한이 없음에도 대학원 내에서 사건 처리를 마무리하되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자율징계 확약서’를 만들어 대학원생에게 서명하도록 했다. 교육부는 이들 교수의 행동 역시 중징계 사유에 해당하지만, 징계시효가 지나 경고 통보를 했다.

교육부에 이어 검찰의 칼날도 빗나가자 여성단체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정순 대구여성의전화 대표는 “결국 피해 경험자가 가장 힘든 상황이 됐다”며 “학교 밖에서 개선 촉구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학교 내에서 움직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고, 향후 계획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남은주 대구여성회 대표는 “교육부에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때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해당 교수가 압박감을 느꼈는지 안식년을 신청하고 학교에서 허락한 상태인데, 여론을 이끌어 나가는 투쟁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북대에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도록 제안을 넣어 놓은 상태이고, 교수회 젠터특별위원회나 인권센터, 학생 단체들과 접촉해 학내 대책위를 구성하고 실태조사 등 성폭력에 관한 학교 내부 체계를 개선해 나가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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