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관사(官舍)가 있었다. 조선시대 지방을 다스리는 수령에게는 집무 공간과 생활공간이 따로 있었다. 외아(外衙)라 해서 ‘동쪽 집’이라는 뜻의 동헌(東軒)이 집무실이고, 서쪽에는 지방관이 생활하는 내아(內衙)가 있다. 내아는 관리의 처자식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다. 이 내아와 외아를 함께 불러서 ‘관아(官衙)’라 한다. 집무 공간인 동헌이 지금의 관사인 셈이다.

관사가 보편화 된 것은 일제 강점기다. 일제는 1910년 한일강제병합 이전부터 우리나라에 철도관사와 군인관사, 학교 관사를 지어서 대륙진출의 발판으로 삼았다. ‘관사’는 공적인 업무를 본다는 의미의 ‘공관’보다 생활 공간의 개념이 강한 용어다. 더러는 공식 행사를 관사에서 하는 경우도 있어서 공관과 관사를 혼용해 쓰는 경우도 있다.

1991년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대표적인 구시대의 유물로 지목된 ‘관사’ 없애기를 경쟁적으로 시작했다. 2000년대 초 지역의 시민단체들이 관사가 일제 잔재이자 권위주의 상징이라며 관사 폐지운동을 벌이기까지 했다. 그 영향으로 지난 2004년에는 의성군수 관사가 장애인 복지시설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예산을 낭비하면서 활용도가 낮다는 이유로 행정안전부가 관사 폐지 권고의 내용이 담긴 ‘자치단체장 관사 운영 개선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의 권고대로 이후 대다수 자치단체가 단체장 관사를 폐지했다.

이런 마당에 장세용 구미시장이 14년 전에 없어진 관사를 두겠다고 내년 예산에 3억5000만 원을 편성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민주화운동 출신에다 진보적인 성향 민주당 시장의 관사 부활이 뜻밖이라는 반응들이다. 경북도 내 23개 시군 가운데 경주시장이 유일하게 관사를 두고 있었지만 지난 7월 당선된 주낙영 경주시장이 공약대로 폐지해 현재 경북의 시장과 군수 관사는 한 곳도 없다. 구미시가 월 관리비와 공과금 30만 원까지 편성했다니 손가락질 받을 만하다. 장 시장은 예산을 반납하고 경산시에 본인 소유 맨션이 있다는데 팔아서라도 구미시정에 전념하기 위해 구미시청 가까이에 아파트를 얻어 거처를 옮기면 될 일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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