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의원들이 의정비는 줄줄이 ‘셀프 인상’하면서 의원 겸직 금지원칙은 지키지 않고 있다. 사실 지방의회 의원들의 겸직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부 의원들은 겸직이 아니라 다른 기업이나 기관에 이름만 올려 놓고 꼬박꼬박 보수를 챙기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겸직 행위는 법적으로는 허용되지 않는 분명한 금지규정이다.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사문화 조항처럼 돼 있다. 위반사항이 드러나도 지방의회 내 윤리위원회가 나서서 유야 무야 얼버무리고 만다. 지방의원들이 비리와 부패로 이어질 수 있는 겸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법 제35조 겸직금지 조항을 재정비 해야 한다.

지방의원은 원래 무보수 명예직이었지만 공익을 위한 봉사에 전념하게 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2006년 유급제로 전환했다. 그러면서 겸직을 못하게 했고, 지난 2011년 지방의원 겸직 금지 대상을 구체화한 지방자치법이 개정되기도 했다. 이 법 35조 5항에 따라 지방의원은 해당 지자체 및 공공단체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거래를 할 수 없다. 또한 이와 관련된 시설이나 재산의 양수인 또는 관리인도 할 수 없다. 지방의회 의장은 지방의원의 겸직 신고 내용을 연 1회 이상 공개해야 한다고도 돼 있다. 겸직이 지방의원의 의무를 위반한다고 인정될 때에는 그 겸한 직의 사임을 권고해야 한다고 구체화 돼 있다. 하지만 법으로 정해져 있음에도 권고성에 그치고 있어서 있으나 마나 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지방의원 겸직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전국 상당수 지방자치단체에서 ‘어린이집 원장·의원을 포함한 개인병원장 등이 겸직금지 대상이냐를 두고 논란이 빚어졌다. 결국 행정자치부의 유권해석으로 겸직금지 대상으로 정해졌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자치단체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겸직금지 대상인데 논란이 된 것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비리 유치원 명단이 공개되면서 전국적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 대표를 겸직하는 지방의원이 22명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상주시의회 한 의원은 겸직이 금지된 어린이집 대표직을 사임하지 않아 매월 2000만 원 이상 보조금을 4개월째 받고 의원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또 다른 의원은 병원장 직을 겸직하면서 상주시와 이권 관계를 갖고 있지만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의장이 나서서 지방자치법 강화를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정부와 국회는 하루빨리 지방의원의 겸직 관련 법률을 정비해야 한다. 지방의원의 겸직으로 지방의원직이 방패막이나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다는 원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방의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하고, 비리와 이권개입에 연루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방의회는 스스로 영리 업체 겸직과 공공단체 관리인에 대한 겸직신고 내역 중 불성실 또는 누락 신고는 없는지 철저히 확인하고 정화해야 한다. 법률에 버젓이 있는 겸직금지 규정을 지키지 않는 도덕적 해이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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