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웠긴 어려웠던 모양이다. ‘불수능’, ‘불국어’라며 대표적인 예로 이야기하는 2019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31번 문제 말이다. 예능 프로 방송에서 소재로 사용할 정도인 데다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도 “상당히 긴 지문이 나오고 사고 단계가 상당히 복잡하다”면서 앞으로는 이런 초고난도 문항 출제를 자제하겠다 사과까지 했다.

국어 31번 문제는 수능 시험이 끝나자 언론은 물론 SNS 상에서 ‘이게 국어문제야, 과학문제야’, ‘지나치게 어려운 야바위 문제’ 라느니 하는 반응들이어서 유심히 문제를 들여다 보게 됐다. 한참을 들여다 봐야 문제를 이해 할 수 있었다. 만류인력의 법칙을 소재로 한 문제의 보기가 제시됐고 ‘질점’, ‘구 대칭을 이루는 구’ 같은 낯선 용어가 등장해 수험생들이 당황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은 “문제를 보다가 집어 던질 뻔 했다”, “아름답고 명료한 국어를 이런 식으로 시험해선 안된다”고 한 반면 어떤 사람은 “국어시험의 목적이 독해 능력을 평가하는 만큼 평소에 책을 많이 읽은 수험생은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 “과학이 아닌 국어 문제로 변별력을 높이는 킬러문제였을 뿐이다”라는 엇갈린 반응들이었다. 31번 문제는 과학이 아니라 국어 문제가 맞다. 하지만 결코 좋은 문제는 아니다. 국어시험의 목적이 독해 능력을 평가한다지만 이렇게 꼬인 문제를 출제할 필요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2019 수능 채점 결과 국어 만점자가 148명으로 0.03%였다. 지난 2005년 이후 실시 된 국어 시험 중 가장 낮은 비율이다. 최고 ‘불국어’로 불리던 지난 2011년 수능의 만점자가 0.06%였으니 올해 국어가 역대 시험 가운데 가장 까다로웠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국어영역 31번은 역대 수능 최악의 문제로 평가 받게 됐다.

수능 국어시험에는 대화문이나 설명문, 시나 소설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지문이 등장한다. 문학은 물론 역사나, 과학, 정치나 철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의 텍스트가 등장할 수 있다. 하지만 수험생이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측정할 수 있으면 되지 수험생들에게 ‘폭력적 수준’이 돼서는 안 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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