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jpg
▲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지난 12월 5일이 남아프리카 공화국 첫 흑인 대통령이며 인종화합의 대표적 상징인 넬슨 만델라(1918-2013)가 서거한 날이다.

27년간의 옥고를 치르고 출소한 뒤 남아공화국의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나 그를 핍박한 백인들에 대한 보복 정치보다는 용서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자는 기치를 내걸고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만들어 백인을 가슴에 품은 세계 정치사에 큰 획을 남긴 관용의 정치인으로 세계인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남아공 국민은 생전의 그를 살아 있는 성인으로 존경했으며 그가 죽은 지 5년의 세월이 지났으나 그를 부를 땐 꼭 ‘마디바(Madiba·어른)’ ‘타타(Tata·아버지)라는 호칭을 이름 앞에 붙인다. 그런 그를 세계인들은 그의 생일인 7월 18일을 ‘국제 넬슨 만델라의 날’로 제정하여 매년 이날이 되면 그를 기린다.

그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남아공 흑인들은 자신들의 세상이 왔다며 100여 년 동안 그들을 노예로 삼고 인간 이하의 핍박을 해온 백인들을 복수할 절호의 기회라며 만델라에게 ‘백인들을 응징하자’는 요구를 줄기차게 내세웠다. 그는 흑인들의 이런 요구에 “백인들을 몰아내고 응징하고 복수하는 것이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그의 지지층인 흑인들을 이렇게 설득했다고 한다. “남아공을 흑인 세상으로 바꾼다는 그런 생각은 이기적인 것이다. 우리의 관대함과 자제력으로 백인들을 놀라게 하자” 당시 세계 언론들은 그의 이런 포용정치를 두고 ‘놀랍다, 인간이 베풀 수 있는 관용이 이보다 더 이상 있을 수 없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정치인이 자신의 지지층에게 그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해주고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며 국가를 이끌어 가는 것은 쉽다. 그러나 국가의 장래를 위해 지지층의 욕구를 자제시키고 정부가 해야 할 어려운 일을 하자고 설득시켜 일을 집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일 때 정부의 도덕적 권위가 생기는 것이다.

작금의 대한민국을 보자. 국민은 보수와 진보로 분열되고 노동단체는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에 생사를 걸고 투쟁을 벌이는 이 현실에서 우리는 화합의 상징인 ‘만델라’라는 거대한 정치인의 행적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 일반 시민의 정서는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여론 조사기관인 리얼미터에 따르면 이번 주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50.0%에 머물고 국정 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는 지난주보다 1.7%P가 내린 44.9%P를 보였다.

지금 대한민국의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의 파탄 위험으로 가라앉고 외부 여건은 갈수록 막혀 가고, 북핵은 달라진 것이 없는 실정이다. 또 국제 여론은 대북 제재 완화에 냉담한 상황인데도 대통령은 외국을 다니며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대북 제재를 완화해 달라고 사정하는 상황을 두고 ‘나라 망신’이라고 말하는 국민도 생겨나고 있다. 여기다 국가의 공권력은 민노총 등 노동, 사회단체 앞에 ‘쥐 신세’고 청와대 비서진은 벌써부터 권력에 취한 일탈행위로 권력 누수 현상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화두로 내세우며 ‘조자룡의 헌 칼’ 쓰듯 무소불위로 휘두르는 ‘적폐의 칼’은 이제 사법부의 목 밑까지 들이대고 있다.

만델라는 백인 정부에 의해 27년간 옥고를 치르고도 그들을 용서했는데, 전임 정권들로부터 핍박을 받은 적도 없는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청산을 무슨 주문처럼 입에 달고 다닌다. 만델라는 국가의 장래를 위해 자신의 지지세력을 설득했는데 지금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촛불 정부’라고 명명하고 지지층의 요구를 받아들이기에 여념이 없다. 자신을 지지해준 단체에는 한없는 관용과 포용을 보이면서 자유보수 세력에 대해서는 바퀴벌레 보듯 생태적 숙적으로 여기며 ‘궤멸’ 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대통령은 이런 분열된 국민의 심정은 헤아리지도 않고 오로지 김정은의 답방에 온갖 정성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이제 문재인 정부도 이점을 똑똑히 기억해야 될 것이다. 전임 박근혜 정권의 실패가 무능과 소통 부재와 함께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경멸과 멸시로 비롯됐다는 사실을….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김선동 kingofsun@kyongbuk.com

인터넷경북일보 기자입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